2. 엄마는 대체로 나에게 아주 못되게 굴었다.

나의 무례한 엄마이야기

by 서울라

엄마는 대체로 나에게 아주 못되게 굴었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엄마는 그게 다 내 피해의식일 뿐이라고 했다.

잘 해준 건 하나도 기억 못 하고, 다 네가 잘나서 잘 된 거니까 날 찾지 말고 알아서 잘 살라고.

본인은 죽어버릴 거라고, 아니면 집을 나가버릴 거라고.


본인의 귀책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 같은 순간이면,

그렇게 꽤나 편리하고 기괴한 방식으로 내 입을 틀어막는 것이다.

여봐란듯이 울분을 가득 구겨 넣어 얕디 얕은 내 마음을 여러 갈래로 찢고, 찢은 것도 모자라 잘게 부순 뒤 탈탈 털어 방구석 어딘가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기억도 가물한 시절부터 끝없이 반복된 엄마의 폭력적인 절규는 일종의 협박이고, 책임의 회피이고, 지독한 변명으로 여겨졌다. 결국 무시하거나 침묵하는 것으로 대화를 끝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구역감이 올라왔다.


애초에 본인의 인생조차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의무감에 줄줄이 아이를 낳고, (엄마의 말에 따르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숙제를 끝내기 위해서") 그 아이들 앞에서 죽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례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맹렬히 비난하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러면 정말 엄마가 사라질 것 같았거든.


아쉽게 어른이 되질 못했어도, 망나니처럼 굴긴 해도, 엄마가 가엾다고 여긴 순간도 꽤 되었으니.

아무쪼록 나는 진심으로 엄마가 미성숙한 당신의 자아를 끝내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불완전한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이제라도 끝끝내 늦었지만 서툴게나마 다정하기를. 번번이 실망하면서도 사람인지라 좀처럼 기대가 가물지 않았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엄마의 소란스러운 독백은 이제 퍽 애처롭게 들린다.

타인에게 고운 소리 한 톨 할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회한에 떠는 수많은 밤들. 퇴직한 남편 눈치 보며 받는 용돈, 그에 상응하는 효용을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매일.


그래서, 이다음에 성공해 엄마에게 베풀고 싶다는 말은 늘 100% 진심이었다.

허언이나 근자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상이나 보은의 마음도 아니다. 내가 당신의 실수 혹은 무의식, 나아가 무지에서 비롯되어 세상에 어쩌다 흘러나왔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노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모진 말을 하지 않고도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며,

가족의 행복을 소명으로 여기는 사람을 만났고,

우리를 믿고 이 세상에 온 귀한 생명을 한치도 소홀히 대하지 않았기에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가족을 위해 세상의 어떤 수고로움과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결국에는 내 삶을 구원했다는 것을.


엄마가 그렇게도 유난이고 욕심이라고 했던 나의 최선이

엄마의 초라한 노년을 위로하는 데 쓰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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