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개와 늑대의 시간

나의 무례한 엄마이야기

by 서울라

엄마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반추해 보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와 늑대의 시간.

상대방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엄마가 끝내 야속했던 이유는

엄마가 내킬 때에만 보통의 엄마들처럼 행동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엄마는 자식에게 다정하면 반드시 생색을 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달랐다. 그 점이 나를 늘 혼란스럽고 아프게 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부모를 둔 자식은 희망고문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간다.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다정함에 관한 단편의 기억들.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마다 헤어지기 싫어하는 나를 달래며, 땅에 떨어진 개나리꽃을 소매로 슥슥 문질러 닦고는

"밑동을 입에 살짝 물어봐. 꿀맛이 난다?" 웃던 엄마의 햇살 같은 목소리. 이름 모를 들꽃을 엮어 만들어줬던 반지와 귀걸이. 바닷가에서 소라를 가만히 내 귀에 대어주던 엄마의 통통한 손가락. 들려오던 고요한 파도소리.


꿀보다 달지만 들꽃보다 금세 흐드러진 기억의 흔적은 종종 밀물처럼 밀려들다가도 이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런 나와는 달리 부모에게서 일관적으로 무한한 지지를 받고 자라온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종종 집채만 한 결핍의 파도가 나를 덮친다.

남편은 가족 간의 연대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내가 외출준비시간이 2시간씩 걸려도 다그치는 법이 없고, 내가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려도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것도 좋은 생각이라며 기꺼이 따라준다.

살면서 부모에게 받은 아낌없는 사랑과 절절한 헌신이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 선명히 묻어난다. 남편을 만나고서야 나는 엄마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 집의 응원구호는 One team!이다.

우리는 한 팀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를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서로의 성취를 자랑으로 여기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미성숙한 엄마를 만난 것은 선택이 불가능한 영역의 불운이었지만, 나는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 위해 나를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을 가족으로 선택했다.

가족이라는 불운이 나를 집어삼킬 뻔 한 날들도 있었으나, 결국은 내가 선택한 가족이 나를 구원한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어슴푸레한 노을에 비치는 실루엣이 개인지 늑대인지 경계하느라 웅크리고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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