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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Feb 01. 2022

<택시 드라이버>(1976)

- 반사회성의 의미

OTT시대의 행복은 옛 영화들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찾아볼 수 없는 영화가 너무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택시 드라이버>는 여기저기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에 비견될 스콜세지의 또 다른 초기 명작 <비열한 거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유의미한 영화 장르는 '다큐'와 '드라마'일뿐이다. 보통 드라마를 온갖 장르로 구분하는 것이 통념이지만(<택시 드라이브>는 '스릴러'로 구분된다. ㅋㅋ) 내게는 다음과 같은 3가지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1. 리얼리즘 영화

2. 스토리 영화

3. Beyond 스토리 영화


리얼리즘 영화는 목적이 뚜렷하다. '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영상에 담는 것이다. 스토리 영화는 아마도 90% 이상의 영화가 여기에 포함될 것인데 그냥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서 재미를 주는 것이 그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물론 여기에도 수많은 수작이 있다(예를 들자면 박찬욱의 영화). 마지막 무엇이라 명명할지 몰라 그냥 이름은 붙인 'Beyond 스토리' 영화는 흔히 아트시네마라고 불리는 영화들이 포함되겠지만 사실 '아트'라고 불리기 민망한 영화도 많기에 그냥 'Beyond 스토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에서는 스토리 그 자체가 중심이 아니다. 스토리는 그보다 더 큰 의미와 형식의 영역에 적절히 녹여지거나 아예 스토리 자체가 거의 없다(예를 들자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


아무 계기도 없이 스콜세지의 초기작 <택시 드라이버>를 보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예전에 보았던 것이 생각날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았을 때 나는 예전에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가 있었다. 아마도 전반부 어디쯤을 보다가 말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명.불.허.전. 스콜세지에게 칸느 황금종려상을 안겨주고 톱 클래스의 작가 감독 반열에 올려준 이 영화는 앞서 구분한 것에 따르면 리얼리즘 영화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이 영화는 어찌 보면 3번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다면 아마도 1970년대 뉴욕의 밤거리를 실제로 걸어 다니다가 나온 기분이 들 것이다.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스콜세지의 후기 작품에 비하면 실험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2002년작 <갱스 오브 뉴욕>을 본다고 해서 그 '현실'이 나를 물들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택시 드라이버>의 '리얼'은 관객을 물들인다.


스토리의 반전과 훈훈한 결말은 사실 이 영화의 '리얼리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물론 대부분의 관객은 이 결말에 안도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은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주인공)에게 그저 분노를 축적시키는 미지의 적대자이다. 그 속으로 뚫고 들어가 섞여보려는 노력들은 이 거리의 사람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그의 분노는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는 '반사회적인 암살자'이거나, 아니면 12살 창녀의 삶을 구해주는 '도덕적인 영웅' 사이에 아무런 구분이 없이 폭발한다. 그 폭발의 방향과 결과는 우연만이 지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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