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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Feb 17. 2022

<안드레이 루블료프>(1966)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

소문으로만 듣던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보고야 말았다. 영화 역사상 100대 영화 리스트에 웬만하면 꼭 들어 있고 종종 10대 영화를 꼽으라고 해도 포함되는 영화. 타르코프스키의 다른 영화에 비하면 스토리의 솔기가 매끄럽고, 상징 또는 메타포도 정신 사납게 꼬여있지 않아서 보기가 수월했다. 자연과 인간과 영혼(신)을 유려한 화면에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1966년 영화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한 장면

타르코프스키는 관객을 놀리기라도 하듯 15세기 러시아의 이콘화의 거장인 루블료프의 전기적인 영화를 만들면서 단 한 번도 그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삽입하지 않았다. 벽에 물감을 퍼부어 떡칠하는 장면이 유일하다. 타르코프스키의 관심은 오롯이 신과 예술을 대하는 루블로프의 태도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담는 대신에 경험 없는 한 젊은이가 엄청난 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꼼꼼하게 묘사한다. 이 과정은 타르코프스키 영화 중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1966년 영화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한 장면

익스트림 롱샷에서 클로즈업으로 연결되는 타르코프스키 특유의 연출은 딱히 눈치 채지도 못할 만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안착되어 있다. 비와 바람과 동물이라는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단골 조연들도 루블료프의 발걸음, 그러니까 그의 영혼을 감싼다. 이교도와 만남, 그리고 충돌, 그 속에서 겪는 루블료프의 심리적 갈등은 루블료프 자신의 이야기나 얼굴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1966년 영화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한 장면

서양 기독교 세계에서는 격리된 변방으로 취급되는 러시아의 기독교적 심성이 루블료프를 낳았고, 또 타르코프스키를 낳았다. 언젠가 그가 남긴 그림을 접할 기회가 있으려나. 아마 없겠지...

안드레이 루블료프(Andrei Rublev)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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