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

- 가장 아름다운 종교, 철학, 역사책

by 로로
s942934123_1.jpg

'안병무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꽤 오래 붙들고 있었다. 내용이 어려워서 진도가 잘 안 나갔기 때문이 아니다. 아껴서 읽느라고 그랬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축의 시대 -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이고, 원 제목은 <The Great Transformation: The Beginning of Our Religious Traditions>이다. 그리고 원저의 초판 제목은 <The Great Transformation: The World in the Time of Buddah, Socrates, Confucius and Jeremiah>이다. 붓다, 소크라테스, 공자, 예레미아를 하나의 반열에 놓은 책이라면 대략 그렇고 그런 병렬적인 이야기가 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이 책은 아름답다. 카렌 암스트롱은 어려운 내용일지라고 가능한 쉽게 글을 쓴다. 그래서 아름답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마음대로 주물러 비틀지 않는다. 그래서 아름답다. 왜 2500년 전 인간의 고민과 사유와 그 결과물들이 오늘날에도 절실하게 다가오는지를 감동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래서 아름답다.


이 책의 핵심을 아주 단순하게 한 마디로 한다면 에고를 극복하고 자기를 비워 '가없는' 타자에게 열린 마음(그리고 사랑 혹은 자비)을 가지는 것이 폭력의 역사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축의 시대 현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당시 폭력적인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이었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그들의 문제의식과 주장은 온전히 2500년을 뚫고 우리에게 고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제시되고 있다.


사실 에고, 자기 정체성, 개인의 주체성, 그에 따른 자기실현과 욕망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의 하나이다. 이것은 어쩌면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는 본질적 측면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 역사의 모든 불행, 폭력적 지배, 잔혹한 전쟁의 근원적 뿌리가 된다. 인류는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붓다, 소크라테스, 공자, 예레미아 그리고 그 후의 예수, 무함마드 모두 실패했다. 동시대에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실패했고, 이들의 가르침을 왜곡하여 자신의 권력과 욕망의 수단으로 삼은 후대의 사람들에 의해 실패했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가녀린 희망을 본다. 책의 진짜 마지막 페이지. 740페이지 판권 면. 원저가 2005년 출판되어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오른 이 책은 2010년 한국어판 초판이 발행되었다. 그리고 13년 동안 21쇄가 발행되었다. 21쇄라니! 약간 놀랐다. 그리고 여기서 희망을 간직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