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쓴 여자와 머리띠 한 남자(2)

by 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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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절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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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녀를 의식하게 된 네 번째 날이었다.

그녀에게 변화가 생겼다.

늘 쓰던 모자는 회색이었는데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몇 차례 마주치며 살펴보니 노란색과 연두색 사이로 형광색이었다.

변화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수수한 얼굴이 좋아 보였는데 화장을 하니 약간 날카롭다고 느껴졌다.

그녀의 변화를 반기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는 약간 실망했다.

그는 화장한 얼굴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가며 예닐곱 번을 마주쳤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고개를 조금 올린 상태, 그러니까 정면을 정확히 바라보며 뛰는 그녀가 하루에 수없이 마주치는 그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매우 둔한 것이었다.

그녀도 분명히 그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는 항상 그녀가 사라진 후에야 운동을 그만두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10킬로미터 이상을 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뻐근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그는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화장을 하고 운동을 나온 것이 아니라 화장을 지우지 않고 운동을 나왔던 것이다.

그녀는 직장을 다니는 것이 분명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 바로 운동을 나왔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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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날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녀가 뛰지 않고 걸었다.

걷는 모습도 뛸 때와 다름없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갈했다.

보통 때와 다르게 서너 번 마주친 후에 그녀는 사라졌다.

운동할 마음도 없이 그냥 나를 확인하려고 나왔나? 라는 망상에 그는 잠시 사로잡혔다.

하지만 금방 그는 깨달았다.

그녀는 일이 끝난 후 누군가와 저녁식사를 했다.

그렇기에 평소처럼 뛰는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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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표정은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그와 마주칠 때도 시선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그를 바라본다는 것은 오직 그의 상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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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그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이틀은 다른 일이 있었기 때문이고 하루는 비가 왔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왜 안 나왔을까? 하고 그녀가 생각했기를 그는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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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만인 일요일에 그는 운동을 나갔다.

5킬로미터 정도를 뛰었을 때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약간 실망할 찰나.

멀리서 결코 놓일 수 없는 그녀의 꼿꼿한 폼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반가웠지만 어떤 내색도 할 수가 없었다.

천변의 달리기 만남에 대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아는 척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둘 다 매우 천천히 뛰기는 했지만 막상 스치는 순간은 매우 짧아서 어두운 곳에서 상대방의 얼굴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일종의 천변 스토킹인데, 그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자라면 찜찜한 마음이 더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로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를 향해 달려오던 그녀가 환한 미소를 띠며 엄지척을 하였다.

하지만 그녀와 그의 거리는 20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녀가 엄지척을 한 대상은 다른 남자를 향한 것이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다른 표정을 본 적이 없었던 그는 그녀의 환한 미소가 마음에 들었다.

그 남자는 아랑곳없이 그와 같은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속도가 그보다는 빨랐기 때문에 그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턴을 해야 하는 천변 끝에 가까웠기에 그는 갑자기 나타난 그 남자를 슬쩍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는 20대 중후반으로 보였다.

그녀의 아들임이 분명했다.

그녀가 여러 번 구슬리다가 마침내 아들이 뒤늦게 따라 나왔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 남자가 중년의 남자가 아니었기에 그는 무척 마음이 놓였다.

“리비도를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해.”라는 친구의 이야기가 그의 얄궂은 마음에 스며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