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냐 육아냐 그것이 문제로다
국세청 여성공무원 9623명… 서기관 이상 35명, 전체의 0.4%
2022년 12월 현재 국세청 전체 인원은 21,180명. 그중 여성은 9,623명(45.4%)으로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
50대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본인들 20~30대일 때는 세무서 각 팀에 여직원이 1~2명에 불과했고, 서무업무나 징세업무만 담당했다고 한다.
지금은 여직원의 위상이 많이 바뀌어서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여직원 비율이 절반을 넘고, 심지어 반장 중에서는 남자 반장이 한 명뿐인 과도 있으니 격세지감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이 아니라 남세청이다"라며, 국세청 고위직에 내부출신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자주 지적되어 왔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조직도를 찬찬히 뜯어보면 개방형 임기제 고위공무원(외부인)이 아닌 행시, 세무대, 7급공채, 9급 공채 출신의 여성 중 가장 높은 직급은 4급 서기관이다.
여성 서기관은 34명. 행시가 19명, 9급 공채 6명, 7급공채 5명, 세무대 3명, 기타 2명이라고 한다.
여성 행시출신 사무관이 국세청에 전입한 것도 2004년(46회)이 최초라고 한다. 전지현 서기관과 전애진 서기관은 2004년에 입직, 2013년에 서기관으로 승진했고, 10년이 지난 현재 본청 과장으로 있다.
작년 11월에 행시 45회가 부이사관으로 승진했으니 조만간 여성 부이사관의 탄생 기사를 볼 수 있겠으나, 그나마 5급으로 출발한 이들의 행로가 이러한데 7급, 9급 출신 여성 부이사관은 언감생심이다.
경제부처도 '여성 파워'… 국세청-예산처에 女수습사무관
국감마다 국세청 고위직 여성 비율을 늘리겠다며 매년 승진 때마다 여성 승진자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내지만, 하위직 여성들의 갈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국세청 내부에 성별에 기반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느냐고 국회의원이 지적했다는데, 딱히 성별로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산과 육아 부담 때문에 자연스레 승진이 지연된다.
공무원은 3개월의 출산휴가와 3년의 육아휴직이 보장되지만 휴직을 하게 되면 동기보다 근무평정도 뒤쳐지고 승진도 늦어진다. 승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3개월 출산휴가만 쓰고 몸도 채 추스르지 못하고 출근해서 일을 해야만 제때에 승진할 수 있다.
반기마다 하는 근무평정에서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는 매겨야 하니, 조직의 입장에선 자리를 비운 육아휴직자까지 챙길 수가 없다. 승진이냐 육아냐 선택해야만 한다.
국세청은 사기업에 비해 육아에 너그러운 편이다. 아이 때문에 육아시간을 쓰거나 연가를 쓰거나 육아휴직을 하는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본지방청에서는 업무부담 때문에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세무서에서는 법에서 보장하는 나의 권리를 당당히 사용하는 편이다.
6급이하 직원의 경우 인사이동 시 육아 상황을 감안하여 최대한 집에서 가까운 세무서로 배치한다든지, 현 관서에서 2년 잔류를 허용한다든지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5급 이상 관리자의 경우 자리도 많지 않고, 본지방청의 구인 상황에 따라 원치 않아도 먼 거리로 배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여성 행시출신은 조직의 필요에 따라서 부산청으로, 본청으로, 서울청으로 여기저기 발령을 받게 되어 아이를 전학시켜서 데리고 이사를 하든지, 아니면 남편과 아이들과 도우미 이모님을 두고 본인 혼자 관사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도우미 이모님이나 육아를 해주시는 부모님께 드리고 커리어를 이어나가야 하는 신세다.
본청에 근무하는 상당수의 관리자들이 서울이나 고향에 식구들을 두고 혼자 세종시에 가서 원룸을 얻어 생활하는데, 기러기 신세가 되는 데에는 남녀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기러기 엄빠를 각오해야 한다.
29세에 7급 세무직으로 공직을 시작해서 40대 중반에 사무관 임명장을 받은 썰양은 잘해봐야 4급 서기관, 엄청난 관운이 따라주면 겨우 부이사관이나 승진할 수 있지 싶다.
승진에 욕심을 낸다면 45세에 임관해서 지방 세무서 과장님으로 있다가 47세에 본청에 전입, 4년 만에 서기관으로 승진한다고 해도 51세, 초임 세무서장 발령은 빨라야 52~53세일 것이다.
지방 세무서장으로 2년 정도 지내다 지방청 과장으로 몇 년 일하다 보면 정년이 가까워져서 서울청 세무서장으로 2~3년 지내고 퇴직하게 될 것이다.
승진을 위해 기러기 엄마를 선택한다한들 잘해봐야 서장님이다.
그렇게 인생 시간표를 그려보니 딱히 남는 장사는 아니지 싶어 기러기 엄마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