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 (當身)[대명사] 1. 상대를 높여 부르는 말
혼자 영화를 못 보던 미성년자 때만 해도 한국에 수입되는 외국 영화들은 한국어 제목을 가졌다.
아니 그 이전 내 부모님 세대에만 해도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태양은 가득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역이 가미 된 낭만스런 제목이 주는 촌스러움이 당시에는 통했던 모양인데 언젠가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그냥 영어 제목으로 개봉을 하더니 그 후에는 늘 거의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작년인가 'Gone Girl' 이 '나를 찾아줘'로 개봉했을 때 '어? 좋은데.. 잘했군' 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중 얼마 전 개봉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영화 제목으로 알맞은지 조차 아리송한 긴 제목이긴 했다.
제목만 들었을 땐 외화인가 했었는데 막상 한국 영화라는 것이 좀 의외였던 제목이었다.
낭만적인 어쩌면 약간은 시적인 그런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마치 영화 제목이 7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언뜻 들으면 내 어머니가 열심히 보시는 어떤 주말 드라마 제목 같기도 하다.
이 영화 제목은 번역된 책의 제목인 것도 안다. 아마도 번역가와 출판사가 협의를 해서 만든 제목일 텐데 그럼 그렇듯 영화도 각색 작가와 감독이 혹은 영화사가 새로 지을 수도 있었을 텐데 했다.
그저 '복고'라는 의도로 본다면 좀 길뿐 나쁘진 않다.
영화 속 시대를 과거로 정해놓으니 제목처럼 의상도 미술도 모두 과거로 갔는데 배경 음악은 그래도 클래식.
이런 경우가 '조용히 떠들어' 혹은 '족발' 같은 형용 모순 혹은 동어 반복 같은 상황인가.
사극에서도 클래식은 나오니까.
클래식이라는 음악은 그 장르 이름도 클래식이라 시대고 배경이고 문화고 상관없이 사실상 영화 음악의 주류 장르이다. 클래식에서의 복고가 없지는 않겠지만 장르가 성립이 되나 싶고 역할적 의미가 있나 싶다.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로 사용하자면 '클래시컬 + 명사'으로 사용되어야 함이 맞겠지만 여긴 한국이니까. 클래식컬 뮤직을 제외 한 이 영화에 사용된 시공을 과거로 보내는 장치로 쓰인 특정 음악은 배우 연기의 메소드로 혹은 어떤 시대의 단서로 기능적으로 작동한다. 그저 배경음악으로서의 정서의 고취 혹은 영화 속의 톤과 감정을 부가시키는 장치가 아닌 목적을 가진 작동을 한다는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고 김현식의 '당신의 모습 '이 기능으로 사용된다.
그것도 2016년의 중년의 김윤석에게는 세련된 감상법인 복고 LP 레코드의 형태로.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다
이 경우 이 곡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동시에 받아들일 때 어떤 차이가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복고의 성립은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성립 가능하다.
반대로 그 곡을 모르는 사람에겐 매우 촌스럽거나 혹은 매우 새로운 곡일 수도 있다.
어쩌면 곡을 넣은 의도가 작용하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LP 레코드를 넣어 '이 노랜 오래된 노래구나' 하는 정보를 주었을 것이다. '당신의 모습'은 1984년에 발표된 김현식 2집에 실린 음악이다.
당시의 김현식은 나름 미성의 소유자인데 우리가 기억하는 김현식의 걸걸한 목소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런 기억은 아마도 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 유작 앨범 속 '내 사랑 내 곁에' 탓이겠다.
김현식은 58년 개띠... 이 나이면 나는 제일 먼저 마이클 잭슨이 떠오르는데 그해에는 유독 중요한 예술인들이 많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김현식의 노래들은 그 전 세대부터 계승되는 한국의 포크 계열 가수들과 결이 사뭇 다른 블루 지한 느낌의 곡들이 한국 가요화(?) 된 것이 많은데 아마도 그가 속해 있던 크루인 신촌 블루스 그리고 동아기획 (요새로 말하면 유희열이 있는 '안테나 뮤직' 정도 되겠다) 뮤지션으로 연결되는 지점의 어떤 고리가 느껴진다. 1984년이면 이문세가 소위 전국 '짱' 먹던 시절임에도 김현식의 팬들은 그래도 김현식을 말했고 그 후 [김현식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밴드로 활동하면서는 록적인 느낌 , 펑키한 느낌의 곡들도 부르게 된다.
[김현식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음악은 당시의 한국 팝 밴드 음악의 또 다른 이정표이다.
신촌블루스 시절 그가 부른 '골목길'과는 완전 다른 느낌인데 [김현식과 봄 여름 가을 겨울] 앨범은 김종진 전태관 특히 기타리스트 김종진의 20대 시절의 테크니컬 한 기타 연주를 들어 볼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 앨범의 베이스와 건반은 장기호 , 박성식으로 그들은 분리되어 빛과 소금을 만들게 된다.
이병우, 조동익의 '어떤 날'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건반 주자였던 '유재하'와 그 전 세대 포크가수들과 확연히 다른 한국형 포크 가수 '김광석' 등등으로 이어지는 80년대 음악적 부강은 그들에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제발 '이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화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바로 그 전 세대의 음악인들이 발표했던 곡들은 지금에서 들어보면 외국곡들과 아주 유사한 곡들이 많았다. 80년대의 부강이라 함은 그런 논란이 있을 법한 카피의 부분에서도 더 많이 정화된 느낌이란 뜻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곳곳에 영화적으로 허술해 보이는 부분들이 보였지만 사실 영화라는 것에도 분명 '개취'가 있기에 그 단점을 다 뭉개고 나는 이 영화를 재밌게 보았다.
영화의 만듦새를 논하기 전 나의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지점이 있었다면 나에게만큼은 "내러티브는 엿이나 먹으라 그래"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 바 이 영화는 나에게 쉽게 그 지점이 찾아졌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어른이 된 토토가 키스신만 모아 놓은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릴 때가 바로 그러 것이 아닐까?
고맙네 있어줘서
그런데 김윤석의 LP 레코드 안에서 하나 남은 알약을 발견하는 것은 친구가 김현식 덕후인 것을 알아야 하는 건데 왜 1986년 변요한은 그 음악을 듣는 장면이 없던 것일까.
요새 한국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거의 모든 공간은 대사를 후시 녹음으로 작업한 것을 알겠었고 그래야만 하는 부분들이 여러 씬들이 있었다. 사운드가 정돈된 느낌은 영화에 집중을 배가 시켜준다.
이 영화의 여성을 보는 남성적인 시선과 김현식의 선 굵은 노래들까지 곳곳에 남자의 손길이 느껴지는데 의외로 연출은 여자 감독인 '홍지영' 감독. 아마도 이 영화보다 먼저 다른 여자 감독의 작품인 '미씽'을 봐서 일거야. 이 영화 속 김현식의 노래로 보는 '당신의 모습'을 나에게도 무언가 그리워하는 기능으로 사용되길 바랬었다면 나는 기꺼이 그 부분이 수용이 되었던 것이다.
결론 : 음악은 늘 거기 있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