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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 Mar 10. 2024

톰 행크스: 털사(Tulsa) 인종 대학살을 몰랐었다.

By Tom Hanks (June, 2021)

[저자 소개] ; 톰 행크스 (Tom Hanks)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배우 중에 한 명일 것입니다. 짐작건대, 아무리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도 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혹은 그가 누군지 잘 모르더라도 그가 출연한 영화는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톰 행크스는 영화 필라델피아 (Philadelphia, 1993)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듬해 영화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로 또다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감독들과 여러 번 함께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현시점 기준, 위키피디아에 있는 그의 영화 작품 70여 편 중 20% 정도는 하기 감독들과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1. 론 하워드 (Ron Howard) 감독과는 영화 스플래쉬 (Splash, 1984)를 시작으로, 영화 아폴로 13 (Apollo 13, 1995), 영화 다빈치코드 (The Da Vinci Code, 2006), 영화 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2009), 영화 인페르노 (Inferno, 2016) 등 총 5개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2. 노라 에프런 (Nora Ephron) 감독과는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 1993), 영화 유브 갓 메일 (You've Got Mail, 1998) 등 총 2개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노라 에프런 감독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y..., 1989)의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3. 로버트 저메키스 (Robert Zemeckis) 감독과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를 시작으로,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2000),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Polar Express, 2004), 영화 피노키오 (Pinocchio, 2022), 그리고 올해 2024년 개봉 예정인 영화 <Here> 등 총 5개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4.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감독과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를 시작으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 2002), 영화 터미널 (The Terminal, 2004), 영화 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2015), 영화 더 포스트 (The Post, 2017) 등 총 5개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한편,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는 아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함께 제작한 미국 HBO 10부작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Band of Brothers, 2001)>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본 글에 대하여] ; 톰 행크스는 2020년 어느 날, 한 《뉴욕 타임스》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가 읽은 것은 바로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 사건이 발생한 지 10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이에 대해 무지한 사실을 지적하고, 그 사건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기사였습니다. 톰 행크스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해 무지했던 많은 미국인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나 TV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Band of Brothers, 2001)>와 같은 역사물에 다수 참여해 왔을 정도로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던 톰 행크스였기에, 이렇게 굵직한 인종 대학살 사건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는 사실이 스스로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톰 행크스는 뉴욕 타임즈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한 글을 기고했으며, 핵심 주장을 담은 요약된 번역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원문 :

https://www.nytimes.com/2021/06/04/opinion/tom-hanks-tulsa-race-massacre-history.html


저는 스스로를 전문 지식이 없는 역사학자 (a lay historian)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저는 디너파티에서 역사에 관해 과하게 수다를 떠는 사람일 뿐입니다. 예컨대,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이리 운하 (Erie Canal)가 맨해튼 (Manhattan)이 미국 경제의 중심지가 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고 있나요?" 배우이자 프로듀서로서 제 작업의 일부는 역사적 사실 기반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것 (making historically based entertainment) 입니다. 당신은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 (John Adams)가 대통령이 되기 전 변호사로 활동할 때, 보스턴 주둔 영국군이 주민 다섯 명을 총격 살해한 "보스턴 학살 사건"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영국군의 변호를 맡고, 거의 대부분이 풀려날 수 있도록 한 사실을 알고 있나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저는 학창 시절에 총 4년 간 미국사를 배웠습니다. 5학년 때와 8학년 때, 고등학교에서 두 학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1년. 이렇게 해서 총 4년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늘 재미로 역사책을 읽어왔고, 다른 장르보다도 역사 다큐멘터리를 첫 번째로 챙겨 보았습니다. 그중 많은 작품과 교과서는 백인과 그들의 역사 (white people and white history)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역사적 인물로 소개된 소수의 흑인 – 미국 노예제도 폐지와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프레더릭 더글러스 (Frederick Douglass), 해리엇 터브먼 (Harriet Tubman), 마틴 루터 킹 주니어 (Martin Luther King Jr.) – 은 모두 미국 노예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과 같은 제도적 불평등을 이겨내고 많은 성취를 이뤄낸 인물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1921년 오클라호마주 털사 (Tulsa)에서 백인 무리가 "블랙 월스트리트 (Black Wall Street)"라는 곳을 불태우고, 최대 300여 명의 흑인을 살해하고, 남은 수천 명의 흑인을 강제 이주시킨 사건 – 이른바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 사건 – 에 대해 설명한 역사 교과서를 단 한 페이지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제 경험은 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사는 주로 백인에 의해 기록되었고, 또 주로 저와 같은 백인에 대해서 다루었기 때문이죠. 그 와중에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과 같은 흑인의 역사는 너무 자주 배제되었습니다. 이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역사가 무엇이고, 어떤 역사가 잊혀졌는지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똑같았습니다. 고백하자면, 제 작품들도 그 흐름의 일부입니다. 저는 작년에 뉴욕 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보고 처음으로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 사건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흑인 민권 운동 (civil rights movement)이 활발하던 시기에 있었던 크고 작은 반흑인 (anti-Black) 폭력 사태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예컨대, 1910년 7월 29일에서 30일 사이, 고작 2일 동안 백인 무리에 의해 약 200여 명의 흑인이 텍사스 슬로쿰에서 살해된 "슬로쿰 대학살 (Slocum Massacre)" 사건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혹은, 1919년 미국 전역에 걸쳐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일으킨 테러에 의해 수백 명의 흑인들이 사망한 "붉은 여름 (Red Summer)" 사건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저와 같은 많은 학생들은 이처럼 백인 집단이 흑인들을 린칭 (lynching; 법적 절차 없이 폭력을 가하는 것) 하는 것이 비극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이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며, 종종 지역 신문이나 법 집행 기관의 지지를 받는다고 배웠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백인 동네에 살던 백인 아이 (톰 행크스 본인)에게 1960년대와 70년대의 도시는 문화적으로 통합되고 다채롭게 보이기도 했지만, 종종 긴장감이 느껴지고, 분열 양상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버스를 탈 때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통합적인 도시 중 하나인데도, "백인 미국"과 "흑인 미국" 간의 구분은 그 어떤 국경선보다도 공고해 보였습니다. 제가 다녔던 공립 학교들은 아시안, 히스패닉, 흑인 학생들이 모두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은 백인이었습니다. 다른 공립 학교들은 전교생이 백인 학생들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 고향에서는 수많은 인종 문제가 있었고, 해결책은 늘 이론적 수준에 머물고 실질적이지 못했으며, 교훈은 거의 없었고, 언제나 신문기사의 헤드라인만 자극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에 대한 진실이나, 일부 백인 집단의 흑인들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반복된 폭력은 계획적으로 (systematically) 무시되어 왔습니다. 이는 아마도 어린 백인 학생들이 배우기에는 너무 노골적이고, 너무 아픈 역사로 간주되었기에 그랬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백인 학생들이 대부분인 학교에서는 <그 폭력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끈 역사 소설들도 <그 폭력의 역사>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제가 몸담은 산업에서도 최근까지 영화나 TV 쇼의 주제로 <그 폭력의 역사>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마치 백인 교육자들과 학교 관리자들이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해도 – 물론, 몇몇은 확실히 몰랐겠지만 – 희생된 흑인들의 목숨보다 백인들의 감정을 우위에 둠으로써 백인 집단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5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에 대해서 배웠다면, 지금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오늘날, 저는 교육계가 행한 그 "의도적 생략"이 비극이고, 기회가 박탈된 것이며, 그로 인해 인생에서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순간 (a teachable moment)이 낭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미국 사회의 "체제내적 인종차별 (systemic racism)"에 대해서 들으면, 어떤 백인들은 그 개념을 듣는 것 자체로 분노를 표출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1776년 7월 4일 미국 독립 선언 이후로 우리는 모두 자유를 얻었고,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음을 인정했고,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인종과 상관없이 미드타운 맨해튼 (Midtown Manhattan)에서 택시를 잡을 수 있고, 모두의 정의를 위한 미국의 진전은 느릴 수 있지만 그래도 끈질기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이죠. 정말 그런가요? 이를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에서 살아남은 100세가 넘는 생존자들과 그들의 자손에게 한번 말해 보시죠. 그리고 "블랙 월스트리트 (Black Wall Street)"를 파괴한 백인 무리의 후손에게 진실을 가르쳐 주세요.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허구의 창작물은 예술 형식의 사실성과 진실성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 사회에 내재된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짐을 묘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까지도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은 영화나 TV 쇼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HBO 드라마 왓치맨 (Watchmen, 2019)과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Lovecraft Country, 2020)가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 사건을 다룬 덕분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이 이와 같은 시도를 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우리의 문화적 DNA를 보여주는 다른 역사적 기록물과 같이, 우리의 진짜 모습을 반영함과 더불어, 우리의 완전한 역사가 무엇이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 학교들이 "털사 인종 대학살 (Tulsa Race Massacre)"에 대해 가르쳐야 할까요? 네,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불편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교육 커리큘럼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도 멈추어야 합니다. 미국사는 지저분한 게 맞고 (messy), 이것을 우리가 알게 되면 분명 더 현명하고 강한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자명한 진실에 대한 추구를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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