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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 Jul 09. 2024

톰 행크스의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 예찬

By Tom Hanks (Jan, 2015)

[저자 소개] ; 톰 행크스 (Tom Hanks)는 1956년 미국 캘리포니아 태생의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입니다. 사실 설명이 필요 없는 명배우인데요. 저는 그의 유명 필모그래피가 아닌, 조금 특별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톰 행크스가 감독과 각본, 주연까지 맡은 영화 로맨틱 크라운 (Larry Crowne, 2011) 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커뮤니티 칼리지 (미국의 2년제 대학, Community College)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저도 본 글을 준비하면서 최근에 봤는데 정말 기분 좋아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커뮤니티 칼리지라는 신선한 배경 때문인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느껴지지 않았고, 극 중 상대 배우로 나온 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의 찰떡 연기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톰 행크스가 기고한 다음 <뉴욕 타임즈 (The New York Times)> 글을 통해서 그의 모교인 샤봇 칼리지 (Chabot College)에서의 경험을 살펴봅시다. 참고로 그의 기고문은, 지난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가 <미국 전역의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금 무료화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지지를 표하고자 작성된 것이기도 합니다. 원문의 일부는 번역에서 제외된 점, 번역은 주로 의역으로 진행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원문: https://www.nytimes.com/2015/01/14/opinion/tom-hanks-on-his-two-years-at-chabot-college.html




저는 형편없는 SAT (미국 대학 수학능력시험, Scholastic Aptitude Test) 점수와 함께 지난 1974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Oakland)에 있는 스카이라인 고등학교 (Skyline High School)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3개 대학에 지원을 할 수 있었고, 저는 MIT (참조: 2024 U.S. News 미국 대학 2위), 빌라노바 (Villanova) (참조: 2024 U.S. News 미국 대학 67위)에 지원하였습니다. 물론, 지원하면서도 그렇게 좋은 학교들은 저 같은 학생은 절대 안 뽑을 것을 알고 있었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게도 기회가 올까 싶어서 지원을 했었습니다. 근데 어차피 합격한다고 해도, 저는 대학교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입학 원서는 캘리포니아 헤이워드 (Hayward)에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 (미국의 2년제 대학, Community College)인 샤봇 (Chabot)에 제출했습니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별도의 입학 제한을 두지 않고 모두를 받아 주고, 모두에게 공짜이므로, 제 모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 샤봇 칼리지 (Chabot College)는 물리학, 속기, 자동차 정비, 공인 회계, 외국어, 저널리즘 등 웬만한 교양, 기술 과목들을 전부 가르쳐 주는 교육의 터전이었습니다. 샤봇 (Chabot)은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간호학 프로그램이 있었고, 기존 운동선수들을 최고 수준의 팀으로 이동시킨 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몇 천 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이는 모두 무료였습니다. 무료가 아닌 것은 공부를 위한 학생들의 노력과 중고 교과서 구매 비용뿐이었죠.


베트남전 참전 용사, 가정을 돌보다가 학교로 돌아온 기혼 여성, 고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학력을 보충하고자 하는 중년 남성 등이 제 동기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샤봇 (Chabot)에서 추후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데 필요한 일반 교양 학점을 수월하게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여러 사정으로 바로 4년제 대학에 갈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Sacramento)에 있는 한 주립 대학에 편입할 수 있었고 (한 학기에 95달러였는데, 이는 제가 간신히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전공이었던 무대 예술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1년 뒤, 저는 대학을 그만두고 현실로 뛰어들었습니다).


샤봇 (Chabot)에 다니던 시절, 저는 제가 좋아했던 문학 수업, 싫어했지만 필수로 들어야 했던 보건 수업, 에이스로 활약했던 영화 수업, 딱 1시간만 듣고 수강 철회한 천문학 수업 (왜냐하면 모두 수학이었기 때문에) 등을 듣고 우등생 명단에 들었습니다. 아무렇게나 방치해 둔 탓에 기르던 초파리가 죽어서 동물학 수업은 거의 실패했지만, 영문학 수업에서는 운이 따라줬습니다. 인류학자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Carlos Castaneda)의 책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구조 역학 수업 때의 발표는 그저 사전에서 찾은 정의에 살을 붙여서 그럴듯하게 했을 뿐인데 간단명료하다며 칭찬을 받았습니다.


대중 연설 (public speaking) 수업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기억에 남습니다. 첫째, 과제들이 우리로 하여금 자의식을 탈피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즉,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었습니다. 둘째, 한 승무원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아주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녀의 집은 제 집과 가까웠기 때문에 가끔씩 제 차가 고장이 나서 수리 중일 때는 그녀가 저를 학교로 바래다주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한껏 긴장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로 일주일을 그녀의 차 조수석에 탔습니다. 그녀와 단둘이 있을 때 말을 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샤봇 (Chabot)에서 들었던 수업들은 제 직업에도 파급 효과가 있었습니다. 일례로, 저는 파이프 담배를 피우던 한 역사 선생님께 배운 개요 작성법을 토대로 HBO 미니시리즈 <존 애덤스 (John Adams,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이자 초대 부통령)>를 제작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연구 수업에서는 리처드 3세, 템페스트, 오셀로의 5막 구조 (five-act structures)가 어떻게 각각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 배웠습니다.


드라마 수업에서는 여러 유명 희곡을 읽고 그 제작 현장을 구경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메리칸 컨서버토리 극장 (American Conservatory Theater), 버클리 시내에 위치한 버클리 레퍼토리 극장 (Berkeley Repertory Theater)을 방문해서 수업 때 읽은 희곡이 어떻게 공연되는지 봤습니다. 저는 그 공연들을 보며 꿈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수업에서 저는 A 학점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맨날 수업만 듣고 공부만 한 건 아닙니다. 수업 중간중간에 감자튀김을 먹거나 사람 구경이나 하면서 농땡이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제가 다닌 커뮤니티 칼리지나 주립 대학, 혹은 한 학기에 수천 달러를 내야 하는 대학 모두에서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공통된 기쁨이겠지요. 저는 넓디넓은 샤봇 (Chabot) 도서관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뉴욕 타임즈 (The New York Times)>를 처음으로 읽은 곳이기도 합니다. 만화가 너무 없길래 실망하긴 했지만요.


2015년 현재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90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들이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무료로 다닐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의회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려 600억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시끄럽게 떠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바마의 플랜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 플랜은 오늘날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돌아온 참전 용사들과 학교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엄마들,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편모나 편부, 경력 단절된 사람들이 현재 당면한 여러 사정을 보다 수월하게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에는 금전적 여력이 없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큰 대출을 받는 것을 잠시 연기하고,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일생의 목표를 재설정할 수 있는 수업을 운 좋게 들을 수도 있습니다. 오바마의 플랜 덕분에 많은 삶들이 변화할 것입니다.


샤봇 칼리지 (Chabot College)는 여전히 캘리포니아 헤이워드 (Hayward)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 개요 작성법을 알려주신 은사님, 셰익스피어의 5막 구조에 대해 알려주신 은사님, 그리고 A 학점을 주신 드라마 수업의 은사님은 더 이상 그곳에 안 계십니다. 몇 년 전에 제 자녀 한 명과 차를 타고 샤봇 칼리지 (Chabot College) 캠퍼스를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자녀에게 샤봇 (Chabot)에서의 2년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그곳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주었어 (That place made me what I am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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