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어!”
아침 8시쯤 깨웠는데, 막내는 재량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가, 나 더 잘 거야!”
사춘기가 물오를 듯 오른 딸과 맞서는 건 중학생보다 못한 엄마가 된다. 나는 얼른 문을 닫아주며 나왔다.
10시 반, 지금 시간을 놓치면 막내가 아침을 거를 것 같았다. 물론 나는 미리 챙겨 먹었다. 엄마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 사춘기 자녀 셋을 감당하려면.
막내는 침대에서 핸드폰을 쥐고 여전히 뒹굴뒹굴하고 있다. 나는 책상에 쟁반 채 장조림 계란밥을 놓고 나오면서 말했다.
"아침 먹으면 라면 끓여줄게. 토요일에 먹는 거지만, 오늘은 특별히!"
딸은 군말 안 하고 말했다.
“오케이!”
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유유히 방을 나간다. 막내는 내 뒤통수에 대고 당부했다.
“물 한강 만들지 마!”
“왜, 한강 만들면 노벨문학상 타잖아!”
“미쳤네!”
“좋았어?"
"드립 미쳤네!"
딸은 감탄을 연발하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가뭄에 콩 나듯 딸에 취향을 맞춘 드립이다.
11시 52분, 라면을 끓여 또 책상 앞에 대령했다. 거실에서 ”스테이지파이터“ 재 재방송을 독점으로 보기 위해 잠깐 나는 막내의 시녀가 되기로 했다. 다시 태어나면 무용수가 되고 싶다. 머릿속으로 함께 동작을 따라 하며 난 아쉬움을 달랜다.
"딱, 알맞지?"
라면 국물이 넘치지도 적지도 않게.
막내는 엄지 척했다.
"아, 노벨상 타려고 했는데…."
딸의 웃음은 노벨상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