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고 있었고, 아들은 새벽 두 시가 넘어 집에 들어왔다.
막내가 화장실 문 앞에서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금요일 새벽, 막내는 구급차에 실려 가까운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거실에서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탈 난 속 때문에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급히 나왔다.
거실에는 막내가 쓰러져 있었고, 구급대원이 부축하고 있었다. 아들은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했다.
그때가 새벽 세 시쯤이었다.
"엄마, 막내 주민번호가 어떻게 돼요?"
"1108..."
"네."
나는 아들 휴대폰에 주민번호를 찍어 보냈다. 불러줬는데 틀렸다며 다시 전화가 와서 카톡으로 확인해 보라고 했다.
나는 혹시 딸이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아들과 교대해서 간호할 생각이었다.
아침 일곱 시가 넘어 국장님께 문자를 보내 출근을 못 한다고 알렸다. 기다리고 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비용은 어떻게 내요?"
"오빠한테 엄마 카드 있어. 그걸로 내면 돼."
아들이 전화할 줄 알았는데 딸의 전화였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상태를 묻자, 자신은 비몽사몽이라 의사 선생님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고 했다.
딸은 요즘 한 끼 겨우 먹을 정도로 밥을 안 먹었고, 속이 탈이 나 쓰러졌던 것 같다.
수액을 맞고 피검사를 한 뒤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나도 딸처럼 속이 안 좋아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쉬면서 안정을 취하고 약을 처방받아 며칠이면 나았다.
그때는 구급대원이 이미 와서 딸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할 말은 없었다.
혹시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를까 봐 말리지 않고 보내주었다.
사무실에 안 가길 잘했다.
아들은 하루 종일 피곤한지 저녁까지 잠을 잤고, 나는 막내를 돌봤다.
입맛이 없다는 막내에게는 약을 먹어야 한다며 세끼를 꼭 차려 줄 수 있었다.
"너, 오빠 늘 싫어했잖아. 어릴 때 오빠한테 상처받았던 거 생각하면서. 오늘은 고맙지?"
"말하지 마. 나도 고마운 거 알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막내가 어젯밤 열 시에 산책을 나가겠다고 했다.
"늦은 시간에 산책을? 어제 아파서 누워 있었잖아!"
"포카리랑 과자 사 오려고 그래. 엄만 집에 있어?"
"포카리? 슈퍼는 문 닫았어. 같이 가자."
"싫어, 혼자 갈 거야! 편의점은 열었어. 산책하고 올 거야!"
"그러니까 같이 가자고."
"엄만 엄마대로 가! 난 나대로 나갈 테니까!"
"너, 친구 만나려는 거지?"
"엄만 날 못 믿어?"
"낮에 가면 이해하지. 근데 밤에는 왜 나가? 누구 만나?"
"말 안 해!"
"밤에 남자 친구 만나면 안 돼!"
나는 선을 넘고 말았다.
딸이 요즘 중2병으로 감당하기 힘든데, 만약 남자 친구까지 생긴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힘든 일이 될까 두려웠다.
"엄마, 정말 날 의심하는구나. 아니라니까! 그냥 포카리 사러 간다는데 왜 못 가게 해!"
"내가 사다 주면 되잖아. 여태까지 늘 그랬는데, 왜 굳이 나가겠다는 거야?"
딸과 나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제 그렇게 아프고도 밤에 나가겠다는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아들이 자기 방에서 나왔다.
"엄마, 그냥 편의점 다녀오겠다잖아요!"
"밤 열 시가 넘었어. 통금시간이야!"
"편의점 갔다 오는데 20분이면 돼요. 만약 그 시간 안에 안 오면 다음부터 못 나가게 하면 되잖아요."
아들의 말에 잠시 주춤한 사이, 딸이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나는 갈등했다.
"나갈까, 말까..."
"엄마, 나가지 마세요. 제 중2병이라 그래요!"
하지만 나의 걱정은 그보다 더 컸다.
"아들과 딸이 같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산책하는 거야.'
나는 집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두 편의점 중 하나를 향해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만 보여도 혹시 딸이 아닌지 살피며 걸었다.
첫 번째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 딸이 포카리와 과자를 계산대에 올리고 있었다.
피할 틈도 없이 눈이 마주쳤다.
"엄마, 오지 말라 했잖아!"
"으흠… 내 카드로 계산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카드만 건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딸과 1미터쯤 떨어져 나란히 걸었다.
"엄만 변하지 않아. 날 의심해!"
"귀하고 예쁜 딸인데, 누가 채 갈까 봐 걱정되잖아."
나는 말을 멈추고 앞서 걷다가, 딸이 화나서 다른 길로 갈까 봐 다시 속도를 늦추고 뒤에서 걸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서로 침묵한 채 집에 들어왔다. 딸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꽝!" 닫았다.
나는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엄마를 가장 잘 이해해 주던 막내였는데… 이렇게 변하다니.'
"난 사춘기 없을 거야. 엄마 힘들지 않게 해 줄게."
예전에 그렇게 말하던 딸이었다.
믿었던 만큼 충격도 컸다.
이제는 나도 그 말에서 헤어 나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갈등만 깊어질 것이다.
한 시간이 지나자, 딸이 방에서 나와 내 옆 소파에 앉았다.
"엄마, 난 엄마가 날 쉽게 보는 게 싫었어. 날 의심하지 마."
"미안해."
딸은 기분이 풀린 듯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게 고마웠다. 나도 딸을 더 믿기로 했다.
걱정이 때로는 사랑이 아니라는 걸 나는 더 깨달았다.
언젠가 막내의 마음이 바뀌어서 내게 이런 말 해줄 수 있다.
"엄만 변해. 그럴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어. 나도 엄말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