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인 길

지천명의 나이에

학교에 결석한 딸과 다투고

한 시간째 정처 없이 길을 걷다


무인카페에 들러

카페라떼 하나를 들고 나온다


가로수 위로 지저귀는 까치에

숨이 트인다


이천오백 원짜리 커피에 감사하고

이렇게 걸을 수 있는 몸이 감사하고

딸이 투정 부릴 수 있는 시간이

감사하다


친정엄마는

내 나이 무렵

병상에 누워 있었고


불혹의 나이에

막내딸을 잃었다


나는

무엇을 더 바라고 있었을까


딸 걱정이 뜨겁고

잘해주지 못한 채

나온 길어진 귀가

따갑다


막내가

침대 위에서 뒹구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