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50분, 오후 5시

생일날 느낀 점

그제 생일이어서 전날 지인 두 분이 왔다. 한 분은 제시간에 오셨고 다른 분은 40분 이상 늦었다.

일찍 온 분의 말로는 케이크와 과일을 사가지고 오느라 늦는다고 했다.

5분도, 10분도 아닌 1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속으로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마음에 걸려도 화가 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나도 동아리 모임에 5분 정도 늦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강제적이지도 않고, 날 이해해 줄 분들이고, 직장같이 이익을 위해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인데, 그래도 늦으면 미안한 일이었다.


늦게 케이크와 치킨, 딸기를 사가지고 왔다.

그분은 미안하다는 말은 안 했다. 그분의 속마음은 어떨까?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지인 두 분과 맛있는 초밥과 베트남쌀국수와 샐러드를 먹고, 후식으로 커피와 케이크, 과일을 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하던 중 1시에서 오후 5시가 되었다.

"5시가 되어서 미안하지만 가야 될 것 같아요."

늦게 왔을 때는 미안하다고 안 했는데, 먼저 가야 돼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니에요. 벌써 5시가 됐네요. 집에 돌아가셔야죠."

나는 오히려 미안해서 말했다.


더 있어야 하지만 먼저 가는 게 미안한 것보다 늦어서 미안한 마음이 더 커야 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어쩌면 이 생각도 나를 중심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50분 늦나, 5분 늦나. 똑같이 늦는 것이고 미안한 일이다. 나는 올해 동화 동아리 팀장을 맡게 되면서 첫 모임에 2분 늦었는데, 5분 늦을 때보다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팀장이 돼서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내가 어떤 상황에는 지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생일날 늦게 온 지인도 아마 책임의 자리에 있다면 좀 더 일찍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선 약속 시간도 알고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래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마음을 강하게 먹도록 부추기는 힘이 없다면 어려울 것이다.


나도 그런 점이 있고, 사춘기 자녀를 대할 때 많이 느낀다.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는 행동에 대해서 나무라지 않도록 난 노력 중이다. 잘하라고 가르치는 것도 사랑이지만,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잔소리로 들리는 잡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말은 "네."로 끝나지만 몸은 습관처럼 하던 행동을 따른다. 자기가 좋아서 하고 싶은 행동이어야 바뀔 수 있는 것 같다.

그 찐사랑을 찾아서 오늘도 기도하며 살아간다.

걸릴 게 없고, 거짓이 없는 순수한 사랑, 상대가 그걸 느낀다면 버선발로 나와 반기고, 절대 늦으면 안 된다고 최면을 걸고, 하지 말라고 말려도 먼저 알고 할 것이다.

뭐든 좋아서 해야 부작용이 없다. 효과가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