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 관하여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일본은 "~활동"이라고 하는 말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취직에도 활동이라는 말을 붙인다. "슈카츠"라고 불리는 취직 활동은, 모두가 일제히 4월에 시작한다. 4월을 지나 늦게 참가하는 학생도 있다. 4학년인데 9월 학기에 졸업하는 학생이나 3학년인데 조금 빨리 내정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은, 10월에 취직 활동을 시작하기도 한다.
리쿠나비, 마이나비와 같은 취직 활동으로 대표되는 사이트에는 4월에 "취직 활동 스타트" 버튼이 공식 업로드된다. 공식 사이트가 매개되어야 하는 이 시스템이 정말로 특이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한 곳에 모여있어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은, "연수입이 얼마인지", "초봉이 얼마인지", "잔업 대가 얼마인지", "취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떠한 업무를 하게 되는지"와 같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기업의 가치관" , "기업이 전개하는 활동", "기업의 간부" 등과 같은 기업의 간략한 모습만 소개할 뿐이다.
까맣고 헐렁한 슈트를 입고 모두가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전철에 탄다. 취활 슈트를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발꿈치가 까지는 건 문제도 아니다. 아려오는 발에 무거운 취활 가방에는 두꺼운 팸플릿이 가득하다. 이렇게 고생하며 여러 차례에 걸친 웹 테스트, 면접, 그룹 디스커션을 통과하면, "내정"이라는 단계가 찾아온다. 졸업 전에 각 회사가 이 사람을 채용할 것을 결정하고, 채용 의사를 전달받은 이가 일할 것을 확정하는 것을 “내정(内定)”이라고 한다.
내가 일본에서 생활하며 특이하다고 느꼈던 건, 일본의 회사는 부서별로 사람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전체적으로 새롭게 졸업한 사람(이하 신졸)을 채용하여, 졸업 전까지 연수를 받게 하고 졸업 후에는 각 부서로 돌린다. 그리고 약 4개월~1년 후, 기업의 의사에 따라 인재를 부서에 고정적으로 배치한다. 나 스스로가 부서 이동을 희망한다면, 상사를 통해야 한다. 회사가 필요하다면 나에게 허락을 받지도 않고 부서에 배치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게 조금은 부조리하다고 느낀다. 회사에서 나의 자주성은 어디에 있나?
위에서 언급했 듯, 취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것은 "기업의 가치관" , "기업이 전개하는 활동", "기업의 간부" 등, 기업의 전체적인 모습뿐이다. 이런 말만 가지고 그 회사에 취직하기란, 너무나도 리스크가 크다. 비싼 월세를 자랑하는 도쿄에서 살아 남기 위해 높은 월급이 필요하고, 만약, 전근을 보내는 회사라면 이사에도 대비해야 한다. 화이트 기업이 아니라 블랙 기업일 수도 있다. 취활생은 회사에서 생겨나는 여러 리스크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장기 인턴” 과 “쿠치 코미 사이트”가 바로 그것이다. “쿠치 코미(口コミ)”는 입과 커뮤니케이션을 합친 말로, 쟁글리시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입소문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인터넷에 쓰는 리뷰의 성질을 띤다고 생각하면 된다. 취활생이 참고해야 할 건, 구루메 쿠치 코미가 아닌(회사 근처 맛집을 미리 알아두면 면접에 나갈 의욕이 나긴 하지만), 기업 쿠치 코미이다.
기업 쿠치 코미에는 해당 기업이 화이트인지 블랙인지, 초봉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 쓰여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고급 정보에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주변에서 기업 쿠치 코미와 실제 계약 당시의 상황이 다른 경우도 종종 보곤 하는데, 너무 신뢰하지는 말자.
솔직히 한국어는 그렇게 큰 수요가 없다. 일본에게 있어서 한국이 큰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a 일 뿐, 베이스로 잘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한국인은 일본어를 잘하고, 우리는 부족한 일본인 인력을 대체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시장적 수요가 없으면, 비단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즉, 한국어는 필요할 시에 이용 가능 한 “부차적인 것”이며, 일본인만큼 혹은 일본인보다 더 잘하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한국을 시장으로 삼고 있는 회사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무엇이든 좋다!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고급 비즈니스 일본어는 당연한 상식이라는 것만 알아두자.
가끔, 일본에 오면 내 상황이 바뀌겠지 하며 안일한 생각으로 건너오는 사람을 보곤 한다. 꿈을 깨서 죄송하지만.., 일본 사회에 질려 도망치는 사람도 많다..! 뻥 뚫려 있다 못해 너무 관용적이라 당황할 때도 있는 반면 꽉 막혀 있을 때는 너무나도 답답한 사회가 바로 일본이다.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집단주의와 엘리트주의가 숨 막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