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단일민족?

단일민족 신화 깨부수기.

by 눈과 응시

고등학교 때, 난 봉사에 미쳐있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수능 공부에는 관심이 없던 나는 조금 더 세련되고 새로운 경험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난 봉사에 미쳤다. 새로운 경험과 사회에 대한 기여는 나를 짜릿하게 했다. 봉사에 미친 고등학생을 쉬이 보기 어려운 덕인지, 사무장님께서 나를 좋게 보시고 장학금을 주셨다. 게다가, 일본 연수 기회까지 찾아왔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일본어를 공부하던 나에겐 일본어를 써 볼 기회이자,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울 최고의 기회였다.

오사카와 교토, 나라를 돌아다녔고, 나는 오사카에 있는 한 조선 학교에 방문하여 학생들과 교류했다. 일본인에 가까운 발음으로, 그렇지만, 조금 더 유창한 발음으로 한국어를 말하는 그들이 일본인일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한국어 이름을 말하는 친구는, 한국인이고, 일본어 이름을 말하는 친구는, 일본인이구나. 슈퍼주니어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몇몇 있어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애들이 원어민처럼 배우고 싶어서 오는 인터내셔널 스쿨 같은 느낌이 아닐까하고 철없이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 누구도 일본이 다민족 국가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아서이다. 재일 교포라는 말이 미디어에서 소개될 때도 있었지만, 감각적으로 '해산된 우리 민족이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일본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며 나는 비로소 그들이 "재일 코리안"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일본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어서 한국에 있던 시간보다 더욱 큰 경험을 하고 있다. 26살인 지금, 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과 접할 수 있는 직종에서 일을 하며 보다 시야가 넓어짐에 감사하기도, 공부할 것이 늘어 행복하기도 하다. 아, 일본에는 어떤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냐고? 이번 글에서는 여러분에게 일본이 결코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보겠다.



닛뽄진(일본인)은 하나로만 구성된 단일민족?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나 강해서 열 받는다 (국뽕 재수 없음). 한국인의 정체성을 내세우는 순간에 마주하는 '반일' 담론은 나의 분노를 일깨운다. 노 재팬 운동이 심화되며, 미디어에서는 연일 반일 이야기를 남발한다. 일본에서의 암묵적인 사회 규칙으로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피한다는 것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반일'에 관한 이야기는 이들의 인식 상 정치적 분야에 들어가 있지 않은가 보다. 아니,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반일'에 대한 담론을 미디어에서 내세움으로써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있기에 이들이 '반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자꾸 지껄이는 반일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일부 일본인: 한국에서 정말로 '반일' 교육을 해?

필자 : 흠.. 글쎄? 잘 모르겠어서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반일'이 뭔데?

일부 일본인: 천황 폐하를 욕하거나, 아베와 고이즈미의 사진을 찢거나, "닛뽄진"을 모독하는.. 그런 것들

필자 : 진짜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게 왜 '반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부 일본인: "일본"과 "닛뽄진"에 반하는 행위이니까.

필자 : "일본"과 "닛뽄진"이 뭔데?

일부 일본인: 일본은 "우리나라"고 닛뽄진은 "우리나라"에 속하는 사람이지.

※흠..ㅠㅠ..


이 지긋지긋한 이야기에는 첫 번째로, "일본"이라는 국가 개념, 두 번째로, 닛뽄진(일본인)에 관한 종속적 개념에 오류가 있다. 이들의 말에서 국가와 민족이 종속적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혹은, 일본이 곧 일본인이라는 등호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국가=하나의 문화=하나의 민족=하나의 언어"라는 등식은 19세기부터 형성된 것이다. 일본의 19세기는 어떠한 시대였는가? 그렇다. 식민지(타국가 혹은 소수민족 커뮤니티)를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 국가관을 파시즘적인 가족국가로 재정립하는 제국주의의 시대였다.

일본은 예부터 결코 단일민족이 아니었다. 아이누 민족과 류큐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8세기까지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화인(和人)과 번(藩)들 간 교류를 쌓아왔으나, 19세기에 들어 폭력적인 동화 정책 하에 놓이게 된다. 요컨대, 닛뽄진이라는 단일민족적인 사상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19세기부터 새롭게 형성이 된 개념이며, 그것이 소수자를 주변화하며 차별의 시스템을 만들어 냈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일본인이란 무엇인가? -일본인성(日本人性)을 묻다-

"닛뽄진"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형성이 될까? 마츠오(2010)는 미국의 백인성의 형성에 관한 연구(whiteness studies)에 기반해 "일본인성(日本人性,Japaneseness)"이 어떻게 형성이 되는지를 연구하였다. 마츠오는 일본인성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 번째, 국내외의 타자와의 차이 시스템 속에서 사회적으로 구축된 것이며,『외국인(비일본인)』이 아닌 특질들에 의해 정의됨

둘째, 일본인성은 일본인이 자신이나 타자나 사회관계를 파악하는 시점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집단 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함.

셋째, 무표화 된, 불가시적인 일본인의 문화를 형성하며, 무엇이 보편적인지는 사회의 규범을 형성하는 불가시적인 『일본인』의 문화에 의해 결정됨.

넷째, 일본인성은, 일본 사회에서 구조적인 특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함 (松尾 2010) .


즉, "일본인"을 결정짓는 "일본인성"이란 그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성과의 차이에 기반하여 특징 부여되는 현실성에 기반한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인이란 아이누, 류큐, 한국인, 북조선인, 중국인, 화교, 재일동포 등과 같은 이들과의 차이 시스템- 차별 시스템을 통해 동질-균질화시키는 상상적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올드 커머와 뉴커머

 플라자 합의와 버블 경제로 인해 일본 사회는 노동력 부족 현상을 맞이하였으며, 이에 따라, 일본 외부에서 노동력을 유입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에 온 외국인들을 "뉴커머"라고 하며, 그 이전부터 구 식민지에서 도일하여 생계를 꾸리고 있는 자들을 "올드 커머"라고 말한다. 올드 커머에는 재일 한국인, 재일조선인, 대만 출신자 등이 있다. 재일 한국인과 재일조선인은 식민지배를 받던 시기에 일본으로 건너온 자, 한국전쟁 때 일본으로 건너온 자, 제주 4.3 사건 때 일본으로 건너온 자 등 그 배경이 다양하다. 뉴커머에는 한국인(조선인), 중국인, 일계 브라질인, 필리핀인, 기능 실습생으로 온 동남아시아 출신자 등이 있다.


재일 코리안의 정체성

나에게는 소수의 재일 코리안 지인이 있다. 단체 모임에서 재일 코리안 지인과 교류를 하고는 하는데, 당사자가 모임에서 부재하였을 때, 그들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는 한다. "그래서 저 사람들은 한국인이에요? 뭐예요?" …. 간혹 면전에 대고 이런 질문을 꺼내는 사람이 있는데, 나의 재일교포 지인은 멋쩍게 웃으면서 "저는 재일 교포예요"라고 말한다. "쟤네들은 절대 자기가 한국인이라고 말하지 않아."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간혹 나쁜 말을 하는 이도 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어째서, 특정한 라벨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뒤에서 욕을 먹어야 하는 걸까….

재일 코리안은 "한국인 혹은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에만 기반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비싸디 비싼 민족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이도 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옅어진 지 오래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이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재일 코리안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서도 여러 이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그들의 정체화 방식은 "일본인"/"한국인 혹은 조선인"이라는 이원론적 개념으로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그들의 다면적인 정체성을 이원론적인 정체성에 맞춰 파악하고자 하는 질문은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가 있음을 유의해야만 한다.


참고문헌

鈴木江理子/武田里子/藤原法子/広田康夫/阿部裕/松尾知明/加藤恵美/柏崎千佳子,2010『多民族化社会・日本』明石書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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