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藥局)의 딸들'을 이야기하다

독서동아리 토론 발제와 후기

by 아이얼

지난 금요일 오랜만에 독서동아리에서 토론 진행을 맡았다.

박경리의 초기 작품 '김약국의 딸들' (1962년작)

토론일 나흘 전 발제문을 써서 까페에 올리고~

토론 당일 Zoom을 통해 온라인 토론을 나누었다.

토론에 앞서 사회자로서 작가 박경리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올렸다.




작가 박경리는 1926 10 28(음력)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훗날 문학적 자전(한국일보 1984 7 1 )에서 밝혔듯이 그의 출생은불합리한 이었다. 자신의 사주풀이에 의하면 박경리는 초저녁 범띠생. 초저녁은 배고픈 호랑이가 먹잇감을 찾으러 다닐 때이므로 여자치곤 기가 아주 사주였다. 아버지는 작가를 낳은 어머니를 떠났고, 이후 그는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경멸, 아버지에 대한 증오, 그런 극단적 감정 속에서고독한 성장기를 보냈다.


나의 삶이 평탄했더라면 나는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의 삶이 불행하고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나는 글을 썼던 것입니다.” - 문학의 행사에서 박경리의


박경리는 생전에 어느 강연장에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의 미발표 유고 시 ‘일 잘하는 사내’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거친 풍파를 헤쳐온 삶에 대한 아픔을 진솔하게 토로했다.

2008년 5월 5일 마지막 시 한 편을 남긴 채 박경리는 홀연 이 세상을 떠났다. 5월 9일에는 한산도가 내려다보이는 미륵산 기슭 별이 가득한 하늘의 대지에 몸을 뉘었다.


- 옛날의 그 집 -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

‘현대문학’ 2008년 4월호 발표



“왜 이렇게 선생님이 거두신 건 야금야금 그저 얻어먹고 싶은지, 그걸 못하게 된 게 왜 이렇게 서러운지 전 참 염치도 없지요. 선생님은 후배들이 평생, 그리고 대를 이어 자자손손 파먹어도 파먹어도 바닥나지 않을 거대하고 장엄한 문화유산을 남기셨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박경리 장례식장에서 박완서의 조사弔詞 중 -


조사를 낭독했던 박완서 님도 타계하시고...

그들이 남겨놓은 소설에 담긴 한국인의 역사는 참으로 애틋하고 서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문단계의 큰 산과 같은 작가 박경리.

영국이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자랑하듯

한국에는 근현대사를 대서사로 풀어헤친 박경리가 있다고 당당하게 외치고 싶다.




박경리 장편소설 <김약국(藥局) 딸들> 발제문 (2020. 11.27)


< 작품에 대하여 >

1962 박경리는 전작 장편소설김약국의 딸들 발표했다. 당시 장편소설은 문예지나 신문에 연재된 다음 독자의 반응이 좋으면 책으로 묶어내는 하나의 경향이었는데김약국의 딸들 이례적으로 바로 책으로 출판됐다. 작품은 곧바로 독자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박경리는 당시로선 드물게 전업 작가의 위치를 굳힐 있었다.


김약국의 딸들 읽으면 어딘가낯익은 이야기 느낌을 받는다. 어릴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 속의 어떤 불행한 집안의 이야기 같기도, 아니면 고향 어느 대가(大家) 몰락 과정을 보는 듯하다.


2004년 마산 MBC가 특집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박경리 자신이 “‘김약국의 딸들’은 솔직히 말해 통영의 떠도는 얘기를 모아서 재편집했다”라고 말한 것처럼 설화적 요소가 짙다.

그의 초기 소설에는 이렇듯 삶의 신산스러운 풍경이 자전적으로 용해되어 있다.


< 토론 발제문 >


1. 김약국 성수는 불운한 가계의 운명을 타고난 통영의 대가(大家) 김약국 집의 유일한 남자 자손입니다. 소설의 1장 초반에 그 배경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어린 성수를 둘러싼 집안 환경 가운데 언뜻언뜻 그의 심리가 그려지고 있는데요~

나이 들어 위암으로 사망하기까지 그의 생애 전체에 흐르는 그의 인생관과 처신에 대한 단서가 되기도 하는 이 장면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김약국이 되어 써 내려간 일기를 나누어주시기 바랍니다. 일기를 쓰는 시점은 자유입니다. (당시가 될 수도, 수년 후 회상하는 것일 수도, 아니면 망자가 된 이후일 수도..)

“비상 먹은 자손은 지리지 않는다는데 성수도 사람 구실 못할까 봐. 남이 가라 캐도 피할 긴데, 와 자꾸 그 집에 가는지.” ( 36쪽 큰엄마의 말 )
“성수야, 여기 뭐하러 오지?”
“비상 묵고 죽은 사람 한번 만나볼라고요.”
“만나서 뭐할래?”
“.... 누부, 나 그만 타관에, 타관에 가고 싶다.”
“타관에?”
“아부지를 찾고 싶다. 돌아가셨다면 그 흔적이라도 알고 싶다.”
(중략)
살아계실 리가 있겠나. 니가 타관에 가믄 거렁뱅이가 될 기다. 칼 든 도둑들도 많다는데 그런 소리 당초에 하지 마라. 심란하다.“
”누부는 와 시집을 가아?“
”시집 안 가고 죽으믄 처니구신이 돼서 집안을 망친단다.“
”가지 마라!“
”한평생을 성수하고 같이 살 수 있나. 성수도 장가가고, 이쁜 각시하고 살 기 앙이가.“
”나는 안 간다!“
( 38~41쪽 도깨비집에서의 연순과 성수의 대화 중 일부 )


2. 김약국의 다섯 딸들 중 애착이 가는 한 명을 택해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3. ‘중구 영감과 윤 씨 부부’와 ‘김약국과 한실 댁 부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쪽은 아들만, 다른 쪽은 딸만 있는 두 집안의 교류 가운데 나타나는 특징과 차이점을 나누어봅시다.


4. 3장 말미 형 정윤과 동생 태윤의 논쟁에서 여러분은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되십니까?

정윤 (현실주의자) / 태윤 (이상주의자)

“너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 너의 그 크나큰 사상과 이상은 영웅들에게나 맡겨둬라. 네가 항상 말하는 그 영웅들에게 말이다. 너는 네 분수에 넘는 망상에 사로잡힌 환자다. 너의 행위는 일보의 전진커녕 백보의 후퇴가 아니냐 말이다. 바로 이번 일이 그 표본이다. 넌 대체 뭘 했냐 말이다. 쓸데없이 아가리 놀린 것밖에 더 있었나? 그 아가리 놀린 것으로 누구 한 사람이 구제됐는가? 바늘귀 떨어진 것만큼이라도 조선의 자주성에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너는 매만 맞고 집안을 시끄럽게 했을 뿐이지 일본 놈의 통치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보리 이삭을 하나 땅에 뿌려서 반드시 그게 납니까? 난다면야 그건 지극히 정확한 얘기죠.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 그렇지 못하거든요. 부정확한 것을 많이 던졌다가 후일에 커다란 성과가 나는 것은 모르시는군. “

"나는 너처럼 이상주의자도 아니고 사회 개혁론자도 아니다. 말하자면 너처럼 허풍쟁이가 아니란 말이다. 실상 너는 사상이니 뭐니 하지만 자신은 지리멸렬이다. 모순덩어리다. 너의 이상이라는 건 자가당착의 표상이란 말이야. 나는 그게 우습다는 거다."

“비겁하고 소심한 자의 변辯이 항용 그러합디다. 무사상에서 오는 약삭빠른 부정이죠. 아무것에나 적응해나가려는 약자들의 자기 합리화거든요."
"탐구가 없는 곳에 이행자가 있을 수 있어요? 출발이 없는 곳에 목적이 있어요? “
"허지만 난 언제나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부딪칠 것입니다. 반드시 무엇에 부딪칠 것입니다. 만일 사람이 형과 같이 안일하게 산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죽은 겁니다. 역사는 없을 겁니다. “

"역사가 없음 어떠냐? 역사는 곰팡내 나는 기록이지, 사람은 어떤 입지적 조건이나 생활양식 속에서도 그 당대를 살게 마련이니까."
"언제나 강한 놈은 약한 놈을 먹었다. 그것은 생물의 질서인 동시에 사회의 질서다. 실상 애국심이란 것처럼 모호한 것은 없다. 하나의 로맨티시즘이지. 의식치 못하는 위선이지. “

“형은 반역자다! 일본제국의 침략을 합리화시키는 배신자다!”

"표현은 아무래도 좋다. 사실과는 관계가 없으니까. 일찍이 민족의 정의가 승리한 일은 없었다. 힘이 승리했었지. 카르다고의 시민이나 한니발은 애국심이 모자라서 멸망하였느냐? 대영제국은 정의의 기치 아래 그 방대한 식민지를 획득하였느냐? 어떠한 사상이나 이념 따위는 일 없는 사람들의 소일거리지. 공연히 애국심이니, 역사니 하고 자신을 과대하게 꾸며서 우쭐대는 영웅주의자가 되지 말란 말이다. 나는 명확하게 충고해두겠다. 차후 다시는 그 콩밥을 먹지 않게 조심하란 말이다."
( 205~208쪽 중 )


5. 6장 결말 부분 김약국의 죽음에 앞서 나눈 용빈과 강극의 대화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4번 문제와 연관하여 생각해봅시다.)

“혁명은 로맨티시스트가 이룩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다음은 실리자가 장악하는 거죠. 로맨티시스트는 종국에 가서 패자가 됩니다. 그러나 로맨티시스트는 또 일어나죠. 어떤 세대의 가름길에서.”

"그렇지만 혁명가들이 화나시겠어요. 로맨티시스트라니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로맨티시즘은 혁명의 원동력입니다. 이 군한테 서 들었습니다만, 김 선생께서도 학생 사건 때 들어가셨다구요.“

"뭘요, 남을 따라 했죠. “

"그때 몰려가던 학생들의 감정 속에 낭만이 없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바꿔 말하면 애국심이죠. 그것이 아름답게 학생들 가슴에 부푸는 겁니다. 일종의 영웅주의, 그런 거라고나 할까요. 따지고 보면 모호하고 그러나 신비스러운 것에 들뜨지 않고서는 군중이 몰려가진 않습니다. 일종의 비장미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김 선생님도 로맨티시스트가 되어보시지 않겠습니까?“
(이상 403쪽 중)
“김 선생, 제가 얘기 하나 할까요?"
"그러니까 퍽 오래된 얘기군요. 그것을 본 기억은 희미하지만 후일에 그 얘기를 몇 번, 아니 수백 번이나 들었어요. 저의 아버지는 혁명가도 아니었고 우국지사도 아니었어요. 다만 부자였지요. 그 아버지가 왜놈들에게 타살된 거예요. 머슴이 시체를 말에 태워가지고 왔더군요. 지금은 아슴푸레한 기억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게 누이가 있었습니다. 그 누이가 지금 왜놈 하고 살고 있단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용빈씨 혼자만이 비극을 짊어지고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강 선생님은….…?”

“아아니, 그것 때문에 일본제국주의자들을 적대시하는 건 아닙니다. 그야 어릴 때는 그 감정이 심했죠. 하지만 그것 다 유치한 일입니다. 민족의식이라는 것도 때론 우습게 느껴지는 걸요.”

"그럼 로맨티시스트가 아니군요."

"아마 그런가 봐요. 이군은 과잉상태구 저는 결핍상탠가 보죠.‘
(이상 410~411쪽 중)


6. 소설이 담고 있는 3세대의 가족 이야기가 서울로 간 용빈과 용혜, 통영에 남은 용숙을 통해 이어지는 4~5세대까지의 이야기로 확장된다면?? 여러분의 상상과 연관하여 해당 세대의 고단한 인생에 대한 소설이나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소개해보기로 합시다.


7. 이 책을 덮고난 뒤의 소감을 이야기해봅시다. 더불어 인상 깊은 한 구절을 낭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 토론 후기 >


( 참석인원 8명 / 토론시간 1시간 50분 )


오늘 <김약국의 딸들> 토론에 강복*, 권정*, 김미*, 김은*, 이정*, 연애*, 정영*, 저 이렇게 8명 참여했습니다.

매우 집중도 높고 알찬 토론 나누었습니다. 제가 발제하면서 기대했던 이상으로 여러분이 성실하게 준비해오시고 진지하게 생각을 나누어주셨습니다.

3번의 중구영감과 김약국 부부에 대한 비교를 제외하고는 7번 발제까지 모두 제법 깊이 있는 토론을 나누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의 속 깊은 나눔 가운데 작품이 찬찬이 분석되면서 우리의 사고가 확장되는 듯하였습니다.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각 인물들에 대한 뒷이야기... 애잔함과 안타까움으로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김약국이 되어 쓴 일기를 읽을 때는 색다른 감정이입을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대화를 나눌 때, 소설 속 인물로 유체 이탈하는 느낌이었습니다. ㅎㅎ (진행자)


작가가 열과 성의로 그려낸 인물 하나하나를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 나누기에는 여러모로 아쉽고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혼자 먹으면 심심한 밥 한 그릇처럼

혼자 읽고 그냥 덮어두었으면

큰일 날 뻔했던 책이었음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ㄱㅇㅎ)


박경리님의 '김약국의 딸들'은 나의 가정사 같아서 친숙했어요. 나는 어떤 딸이었나?

후회와 회한이 밀려오네요...(ㅇㅇㅅ)


저는 딸들을 다 끌어안는 엄마인 한실댁에 애착이 많이 가더라고요.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요.

여자에게 너무도 불합리했던 시대에 아둥바둥 살았던 모든 어머니와 딸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이었어요.

비록 아버지에게 받은 유산이 "사람이 사는 곳에 외로움이 있다" 였지만, 외롭지 않게 용빈이가 잘 헤쳐나가길!! 응원해 봅니다~^^ (ㄱㅂㅈ)


코로나만 아니면 만나서 토론의 여운을 더 느낄 수 있었을 텐데요 ㅠㅠ;;

오늘 발제의 묘미는 정*님의 정윤이 대사였던 것 같아요. 카랑카랑한 어감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요~ㅎㅎ 책도 좋았고 토론도 좋았고 은희님의 용옥이에 대한 북받치는 공감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인간적인 시간이었습니다♡ (ㄱㅂㅈ)


오늘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었던 건 발제자님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그 감정이 묻어난 발제문 덕분이었다 생각합니다.

오늘 토론 잘 이끌어주신 경*님께 박수 보내드립니다.���

오늘 밤 번개모임을 못하는 게 넘나 아쉽습니다... 이 찐한 여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ㄱㅈㅅ)


영화도 찾아보고 박경리 작가와 얘기 나눈 영상도 찾아보았어요.

높은 산과 같은 분이라 감히 읽지도 못했는데 죄송하단 생각했어요. (ㄱㅁㄹ)


뭔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뭔가 느낌적 느낌 같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깊이 있는 뭔가를 하튼, 두 시간 동안 맛깔나게 나누었습니당! (ㅈ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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