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초원의 화장실 찾기

by 아이얼

“어머낫! 내가 화장실이 어딘지 체크해두지 않았었네.. 어떡하지ㅠㅠ”


새벽에 요의를 느껴 선잠에서 깨어서는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음.. 뭔가 이상하다.. 오랫동안 낯익은 풍경..


“아! 그렇지~ 난 귀국했고 여기는 내 침실이지~~”


안도의 숨을 쉬며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아침 7시가 되도록 깊은 잠을 잤다.


몽골에서 돌아온 지 이틀째. 12박 13일의 여정을 마치고 모처럼 집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내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준 일이 화장실 사용 문제였던가보다.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처신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몽골의 초원은 온갖 짐승이 뛰노는 곳이다. 움직이는 생명체는 무언가를 입으로 들여보내고 그를 자원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남은 찌꺼기를 바깥으로 쏟아내는 일을 반복한다. 345만 명의 몽골인보다 훨씬 더 많은 양, 소, 야크, 말, 마못 등이 초원을 누비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먹고 배설해 놓은 똥들이 여기저기 좌악 널려있다. 행여나 땅을 쳐다보지 않으면 적어도 세 걸음에 한 번은 밟게 되어있다.

온갖 별이 쏟아지는 밤, 비박은 아니라도 잠깐 누워 하늘의 별을 헤는 낭만을 누리고 싶었다. 그래 호기롭게 매트리스를 밖에 깔았다가 잔뜩 똥이 들러붙어 어쩌지 못하고 게르 안 좁은 싱글침대에 두 명이 끌어안고 잔 적도 있다. 그러한 웃픈 해프닝으로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철딱서니 없던 여인 둘이서 서로 얼굴 마주 보며 얼마나 킥킥댔던지.. 몽골의 광활한 대지 위에 우리도 그 똥들처럼 흩뿌려진 느낌이었다.


게르가 있는 몽골 초원의 화장실은 딱히 규격과 모양이 정해져 있지 않은 듯하다.

그저 땅을 깊숙이 파놓고 그 위에 나무판넬로 얼기설기 엮어 대어 놓았다. 게르 주인의 생각에 따라 흙을 짓이겨 만들기도, 천정이 뻥 뚫린 채 양옆과 뒤, 이렇게 삼면을 가리기도, 4면을 제대로 가리고 문을 달아놓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어디를 가든 사용할 화장실과 세면장소를 먼저 탐색해야 했다.


인간 배설물의 처리를 자연친화적으로?

푸세식 변소에 익숙해진 10여 일 동안 우리 모두는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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