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퀴로 담은 넋두리

by 아이얼
갈퀴를 샀다
갈 길을 몰라 떨어져 누운
나뭇잎을 긁어모으고
거북등같이 딱딱해진 땅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
아우아우 거기거기
땅이 시원해 소리 지르게
너무 좋아 재채기 나오게
그래서 뒤집어지게
내년 봄,
씨를 받아 고마운 싹을 틔우게
효자손 되라고
갈퀴를 샀다.

- 정두리 -


전철을 기다리다 이 시를 읽었다.

문득 엊그제 손주와의 놀이가 떠올랐다.

동네 숲 속 공원 한 귀퉁이에 놓여있는

갈퀴를 발견해 들고 와서는

바닥을 쓸어대며 놀이를 하던

만 5세 어린 손자 녀석의 이미지가 어른거렸다.



이제 살고 있는 런던으로 돌아간 녀석이

이 시에 담겨있는 의미를 공감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흘러가야 할까..


그때 이 할머니와 이 시절에 대해 다정히 대화할 수 있을까..


이 손자의 엄마인 딸의 옛 추억이 담긴 물건들..

벼르고 한데 모아놓고서도 때를 놓쳐

댕그라니 그대로 남겨져 버렸는데..


왜 난 자꾸 이런 사진들을

찍어대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