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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화 Jul 03. 2021

여름, 뉴욕 (4) moma & Warhol

2016년


나를 알고 싶다면 작품의 표면만 봐 주세요.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술은 보이는대로, 들리는대로 느끼는 것'이라는 말은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 물론 보는 순간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내게는 반 고흐나 모네, 고갱과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이 그렇다. 일단 친숙하다. 가장 많이 봤고, 색감 화려하고, '미술=회화'라는 고정 관념에도 적합하다. 그중에서도 제일 핵심은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상주의 그림들은 말그대로 '인상'만으로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공부해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인상주의 이전의 서양 미술은 종교적이거나 역사적 의미가 담긴 것들이 많아 그 상징과 의미를 알아야 보는 재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현대미술(modern art)은 그 계보를 익히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예컨대 뒤샹이 엎어놓은 변기나 폴록이 뿌려놓은 물감 자국들을 보면,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다"라거나 "이게 예술이야?"같은 반응이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상주의의 둥지를 벗어나 현재의 데미언 허스트에 이르기까지, 뉴욕 지하철 노선도만큼이나 복잡한 현대 미술의 흐름을 알면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다. 아직 난 잘 모르지만, 조금 공부해보니 깨알 같은 재미가 있었다. 이 업계에도 왤케 또라이들이 많은지 ㅋㅋㅋ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그래서 있는걸테다.

그래도 백문이 불여일견. 뉴욕의 거대한 매력 포인트는 그 유명한 현대 미술 작품들이 헤쳐 모여 있다는 점이다. 여행 중반 뉴욕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 갔다.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과 더불어 뉴욕의 3대 현대 미술관에 속한다. 모마라는 별명으로 더 익숙하다.

앤디 워홀 그림이 있는 5층으로 달려갔다.

32 Campbell's Soup Cans (Andy Warhol, 1962)
1달러짜리 진짜 캠벨 수프. 1년에 100억개씩 팔린단다.

앤디 워홀은 1962년 캠벨 수프 깡통 그림을 32점 만들어 전시회에 내놨다. 그림마다 비프, 치즈, 빈 등 수프 종류만 다르게 표기돼 있을 뿐 특이점은 없어보였다. 5점 밖에 안 팔렸다. 그림을 사간 사람 중에는 배우 데니스 호퍼도 있었다. 그때 워홀의 한 친구가 그림을 한꺼번에 걸어 놓고 작품 하나로 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워홀은 팔랑귀였다. 호퍼를 포함해 그림을 사간 고객들을 찾아가 5점을 되사왔다. 4행 8열로 걸어보았다. 대량 생산 시대를 상징하는 엄청난 작품이 됐다. 히트다 히트! 팝아트 대장 앤디 워홀은 이렇게 탄생했다고 한다.


the Beatles by Andy Warhol


워홀은 당시 예술계가 '대중적인건 천박하다' 여기는 분위기에 반기를 들었던 것 같다. 캠벨 수프, 코카 콜라처럼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작품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작품 자체도 대량 생산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작품 소재로 마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 비틀즈 등 대중 스타를 많이 다뤘다.

마릴린 먼로가 갑자기 죽은 뒤 워홀은 곧바로 먼로의 스틸 사진 초상화에 색을 입혀 대량 생산했다. 역시 빅히트를 쳤지만, 욕도 많이 먹었다. 대중적으로 화제가 되는 소재를 좋아했던 그는 결국 그 자신도 대중적인 화제에 오르내리는 작가가 됐다. 피츠버그 출신인 워홀은 바로 이곳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서 1987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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