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날씨예보를 자주 봤다.
'이번 주말은 따뜻할까?'
이 번 겨울은 슈퍼 엘리뇨라던데, 따뜻한 날이 한두 번은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겨울에 울타리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두 번째 주말에 울타리의 옆면은 다 만들었다. 문제는 기둥이다. 기둥 끝 주춧돌을 땅속에 심어야 한다. 겨울에 얼어붙은 땅은 삽의 진입을 전혀 허락하지 않았다.
'아, 삽질이 하고 싶다.'
진척 없는 울타리 덕에 주변의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 오가는 많은 분들이 걱정도 해주고, 방법도 일러주고, 응원도 해준다. 전해 들은 봐로는 토지 분양 회사 관계자 몇 분은 언제 끝날 지를 두고 내기도 했단다.
1월을 다 넘기고, 2월이 왔다. 그리고 2월 둘째 주에 설 연휴를 맞이했다. 기회가 왔다. 연휴 막바지에 눈이 아닌 비가 왔다. 약 이틀 동안 따뜻했다. 집중했다. 비를 맞으면서도 삽질에 집중했다. 하루빨리 울타리를 세워서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고 있어도 안심하고 싶었다.
나름 평형계도 사용해가며 기둥을 세웠다.
다 세웠다. 장하다. 기둥 22개를 세우기 위해, 약 한 달을 기다렸고, 3일에 걸쳐 다 세웠다.
기둥을 다 세우니 날씨는 다시 겨울로 돌아왔다. 땅이 단단하게 얼었다.
그리고 그다음 주 주말에 울타리 옆면을 붙였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이 이제는 도움이 되었다. 기둥을 꽉 붙잡아 줘서 옆면을 붙이기가 한결 수월했다.
다했다. 자세히 보면 들쭉날쭉 삐뚤빼뚤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이다.
1월 9일에 시작한 일이 2월 20일에 끝이 났다.
'기쁘다.'
사실 아직 오일스테인을 바르는 작업이 남았지만 이제 울타리의 기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