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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Oct 16. 2019

3. 일자리

    제주에서 휴가 중 새 집을 덜컥 계약하고 왔다. 이제 생계를 위한 돈벌이 걱정이 엄습했다. 무엇이 됐든 제주에서의 벌이가 있어야 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내게 아내는 말했다. 내 경력에도 쉼표가 있어야 한다고 일을 잠시 내려놓으라 했다. 이번 기회에 1년 정도 쉬면서 차분히 제주에서 할만한 새로운 일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새로 찾는 김에 마음속에서 부터 원하는 가슴 떨리는 일을 찾자고 했다. 인생 길다고 나중에 돌아보면 이번의 1년은 짧게 느껴질 것이라 했다. 쉼을 통해 새 목표를 얻어 오히려 득이 되는 시간이 될 거라 했다.


    혹했다.

    고마웠다.


    필요한 생활비는 대출금으로 충당하자고 했다. 그런데 고정 수입 없는 1년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졌다. 엄두가 안 났다. 대출이자, 보험료, 세금, 식비, 교육비, 부모님 용돈, 우리 용돈 등 대충 생각해도 매달 지출되는 돈이 컸다. 지출 중에 아껴 볼 만한 것들을 추려 봤지만, 크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건강한 삶을 지탱하는 데에는 맑은 공기뿐만 아니라 월급이라는 것도 중요했던 것이다. 단 1년 치의 급여도 포기 못하는 나라니 왠지 조금 서글펐다. 내 인생에서 1년의 쉼표, 너무도 갖고 싶은 시간이지만 그 쉼표를 통해 제주에서 진정한 나의 일을 찾을 것이란 자신감이 부족했다. 결국 회사라는 보호막에서 당장 뛰쳐나오지 않기로 했다. 지금 월급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인생 2막을 위한 나의 천직 찾기를 병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우린 결정했다.

    서울과 제주를 날아서 오가는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하기로.


     때마침 맡은 업무를 좋아했고 잘 해내고 싶었다. 우선은 회사일을 지금 보다 더 잘 해내면서 여유를 갖고 제주에서 할 일을 탐색해보자. 제주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런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제주의 일 찾기는 제주의 집을 찾았던 것처럼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찾는 게 그냥 일이 아니고 천직 같은 일, 생업이기에 더 그렇다. 그것을 찾는 데까지 앞으로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꼭 찾길 바란다. 평생 한 가지 일만 하기엔 인생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중간에 한두 번쯤은 바꿔줘야 재미나지. 편하고 이쁜 꽃길만 따라 걷기보다는 직접 개척한 길을 한 번 걸어 가보고 싶다.


    그나저나 미세먼지는 싫고, 돈은 벌어야 되고, 그래서 선택한 주말 부부, 주말 아빠의 삶.

    앞으로 우리 가족의 일상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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