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주말 부부를 해보니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따로 살지 않았더라면 안 썼을 비용은 더욱 아깝다. 그중 제일은 직장 근처 원룸의 월세다.
월세를 아껴보려고 이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넉 달만에 다른 원룸으로 이사했다. 처음 원룸보다 더 작아지고, 출퇴근 거리가 더 멀어졌지만 그만큼 쌌다. 이사를 통해 줄인 월세임에도 여전히 아까운 비용이다. 이 정도면 아이들 학원을 보내고도 남을 돈이다. 종종 이 아까운 월세가 생각나면 어느새 나는 부동산 사이트를 뒤져보고 있다.
월세 다음으로 아까운 돈이 항공권 구입비다. 서울과 제주를 매주 오가다 보니 나름 싸게 구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첫째 방법은 싼 항공권을 미리 구매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특가 항공권을 1년에 두 번 오픈한다. 3월부터 10월까지의 항공권을 겨울에 오픈하고, 11월부터의 3월까지의 항공권을 여름에 오픈하는 식이다. 이때 판매되는 특가 티켓을 서둘러 선점하는 게 비행기 값을 아끼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항공사마다 오픈일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을 챙겨야 되는 수고가 따른다.
두 번째 방법은 미리 사둔 항공권이 있을 때 나중에 더 싼 티켓이 생겼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항공사들이 기존에 판매했던 가격보다 항공권 가격을 낮춰 파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런 일은 항공사들의 예측보다 실제 예매율이 적을 때 나타난다. 이렇게 싸게 조정된 항공권을 발견하면 환불 수수료를 따져본 후 바꾼다. 이렇게 항공권 가격이 조정됐는지 매번 체크하는 건 곤욕이지만 손해보고 싶진 않은 마음에 틈틈이 체크하게 된다.
나름 아껴 보려고 부단히도 신경 썼던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함께 살면 추가로 드는 월세도 비행기 값도 0원이라는 것이다. 결국 돈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제주에서 돈 버는 것인데 그게 참 어렵다. 내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쩌면 아내의 처음 제안처럼 내게도 언젠가 잠깐 멈춤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밖에도 늘어난 지출은 또 있다. 외식비다. 주말마다 제주에 관광 온 기분이다. 이런 들뜬 마음이 외식을 부추기곤 한다. 육아로 지친 아내도 업무에 지친 나도 주말 외식은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대신에 가성비 좋은 음식점을 점점 알아간다. 제주에 터를 마련하니 지인들의 방문이 조금 더 많아졌다. 지인들이 제주까지 놀러 와 줄 때면 함께 관광하고 자연스럽게 외식을 하게 된다. 가끔의 외식은 가정의 재충전을 위해 할 만하다. 안 쓰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잘 쓰는 게 중요하니까.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얼마 전 명절 때 장모님께서 내게 말해주신 적이 있다. 당신께서 용하다는 점집에 가서 자식들 팔자를 물어봤는데 딸은 자기 하고픈일 다하고 사는 팔자고, 사위인 나는 버는 대로 펑펑 쓸 팔자라고 했단다. 점 봐주신 분이 미래가 아닌 지금을 말한 것은 아닌지? 작은 의심이 났지만 장모님께서 전해 주신 말이니 좋게 해석하기로 했다. 현재를 살 줄 아는 부부라는 의미라고 혼자 정하고, 장모님께는 딸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사위가 쓰고 싶은 만큼을 앞으로도 번다는 말이라고 재해석해드렸다. 끙~ (저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