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는 나의 최애 음식이다. 군대생활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는 데 특히 막국수가 맛있다고 소문난 강원도, 경기도 곳곳을 다녀보았다. 나는 물론 아내도 무척 좋아한다.
심지어 아내와 첫 데이트 때에도 막국수 집을 갔었는 데 경기도 여주 천서리의 강계 봉진 막국수집이었다.
그때는 그곳에 막국수집이 딸랑 그 집 한집이었는데 요즘은 막국수 촌이 만들어 성황을 이룬다. 하여튼 나도 크게 조예가 깊지는 못하지만 막국수 마니아인 셈이다.
속초살이를 하며 당연히 맛있는 막국수 집에 당연히 관심을 가졌다. 속초 본토박이 두 분으로부터 세 군데를 소개받았다.
진미 막국수, 영광정 막국수, 이목리 막국수집이다. 각각 세 번 이상 씩 다녀온 후 소감을 짧게 밝힌다.
소감에 앞서 내가 생각하는 막국수는 약간 거친 껍질 성분도 적당히 포함된 메밀이 밀가루와 황금비율로 배합한 뒤 반죽을 하여, 적당히 숙성된 뒤 잘 삶아야 한다.
다소 거친듯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면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구수하고 약간 짭짤하며 따뜻한 육수가 좋아야 하고, 밑반찬으로 나오는 무절임이나 열무김치가 메밀과 잘 어울리며, 부드럽고 탄력 있는 편육을 곁들인 막국수가 제격이다.
사실 이건 천서리 강계 봉진 막국수 창업자가 운영하던 시절 그때 길들여진 내 입맛을 중심으로 자의적으로 정한 막국수 맛의 기준이다. 참고로 강계는 그분의 북한 고향이고, 봉진은 아들 이름이다.
이곳 속초는 함경도 음식 영향인지 막국수는 동치미와 명태회를 주로 사용한다. 물막국수와 비빔 막국수로 구분은 없고, 동치미 막국수와 명태회 막국수로 구분한다.
이곳 막국수가 내가 생각하는 막국수의 기준과 조금 다르기에 직관적인 느낌으로 맛과 선호를 판단하였다.
사실 음식 맛도 개인마다, 지역마다, 세월 따라 다르고 변하는 데 특정의 기준이 정답일 수 없다.
그래도 막국수에 먼저 제일 중요한 건 면발이다. 세 집 모두 다 평균 수준이상으로 준수하다.
메밀과 혼합되는 밀가루 비율과 숙성은 집집마다의 노하우라 알 길이 없으나, 삶아서 나오는 상태는 비슷해 보인다.
나는 비숫한 평가를 했는데 아내는 영광정에 다소 후한 점수를 준다. 영광정이 푸짐한 탓 아닐까?
두 번째 돼지고기 수육은 나를 포함 동반자 모두가 영광정을 최고로 평가했다. 부드럽고 육즙도 풍미롭다. 원재료가 좋기도 하고 냄새 제거도 잘된 것 같다.
목살보다 앞다리, 삼겹살 부위가 더 맛깔스럽다. 살얼음 동치미 국물이나 명태회 등의 상태도 좋고 차별성을 못 느낄 정도다.
세 집 모두 막국수 맛있게 먹는 법을 게시해 놓은 것도 좋았다. 동치미 막국수에 생소한 분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식당 환경과 분위기는 진미와 영광정은 도시 대로변에 있어 접근성은 좋고, 주차도 무난하나 주변이 다소 산만하다.
이에 비해 이목리는 교외 한적한 넓은 터에 농장형 식당으로 분위기가 훨씬 좋아 보인다.
내부까지 포함하여 전반적인 식당 분위기는 이목리, 영광정, 진미 순으로 좋다. 이목리는 식후 가벼운 주변 산책도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영광정과 이목리 막국수집을 우선 추천한다. 이중 분위기를 중요시할 식사 자리는 이목리 막국수집을, 맛에 주안을 둔 식사 자리는 영광정 막국수집을 권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살얼음 둥둥 뜬 세 식당의 막국수 한 그릇이 당신의 속초여행에 즐거움을 더하게 해 줄 것이다. 설악산도 식후경하고 팔도유람 미각산책 하길 바란다.
*** 임진왜란 이후 흉년으로 백성들의 기근을 면하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온 메밀이 부작용이 있자 부기를 없애기 위해 계란 노른자와 돼지고기를 함께 먹게 했다는 막국수가 이제는 건강다이어트식으로 널리 알려진 국민음식이 되었다. 막국수 명칭은 ‘막 먹는 국수’에서 유래했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