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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속초맛집

감자바우집

by 시냇물

아내랑 감자바우집에 다녀왔다. 식객 허영만 선생이 속초에 와서 다녀간 세 집(곤드레밥집, 88생선구이집, 감자바우집) 중 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이 붐빈다.


여기서 ‘감자바우’란 감자가 많이 나는 강원도 지역이나 그 출신 사람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데, 강원도 출신인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창피스러워 하기보다 정겨운 호칭으로 여긴다.


청초호반로변에 위치해 청초호 산책길에 오면서 가면서 눈여겨보던 그 감자바우집!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식당 앞 좁은 길에 나란히 줄을 서서 오손도손 기다리는 게 조금 애잔해 보이기도 해서 언젠가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이다.

몇 번 가려고 마음먹었었지만 식당이 도로변에 휑하니 위치하고 있어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었다.

최근에 도로 맞은편 조금 반듯한 건물로 옮겼다.


그러던 그제는 아내가 좋아하는 김영옥 추어탕집을 함께 갔다가 휴무라 허탕을 치고, 의기투합해서 가까운 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간임에도 손님들이 만만치 않다. 이 식당 대표 메뉴인 옹심이를 시키고 돌아보니 손님들 대부분 같은 걸 먹고 있다.


옹심이 외에 회덮밥, 회국수, 감자전 등 다른 메뉴가 보이는 데 나름 고민하며 선정한 것 같아 보인다.


맛은 기대했던 딱 그 수준이다. 속이 시원하게 풀리는 음식... 지난번 다른 옹심이 집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 음식이 그렇게 깊은 맛이 날 수 있음식이 아니다.

허영만 작가는 “쓰린 속을 달래주는 편안한 맛, 투박한 듯한 정겨운 음식이다, 옹심이는 부슬부슬하게 떨어질 것 같은 데 찰기가 많고, 씹을 때 쫄깃쫄깃하고 쫀득쫀득한 맛”으로 묘사했다.


옹심이가 강원도 토속음식으로 사실 속초보다 감자의 주산지인 태백준령 오지인 영월이나 정선이 더 알려져 있는데 이곳이 관광지이라서인지 손님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감자옹심이가 강원도 음식으로 알려졌지만 주재료인 감자가 우리민족의 전통 식재료라 하기도 그렇다.


잘 알다시피 감자는 남미의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로 유럽을 경유, 중국에서 19세기초 한반도로 전해졌다.(1824년, 청나라)


한국에 전래된 지 200년 되는 감자! 신토불이란 말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나 외래종이 우리 토양에 잘 맞아 우리에게 유용한 작물이라면 무엇이 문제랴!

그리고 벼농사가 어려운 강원도 산악지대에 옥수수와 더불어 대표적 구황 식량작물로써 힘들었던 우리 민족에게 춘궁기를 넘기는 데 크게 기여한 아닌가?


하여튼 내가 맛본 속초의 감자옹심이 맛집은 4군데다. 이 집과 중앙시장에 3군데가 있다.(감자바우집, 정통집, 감나무집, 속초신토불이집)

맛을 평가하기는 도토리 키 재기고, 실상은 방송에 방영되었거나 SNS로 많이 알려진 집들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우리 부부는 속초의 옹심이 집에 두루두루 다닌다. 먹고살기 팍팍했던 시절이 생각나는 추억의 한 끼를 먹고 싶어서 간다. 속이 편안하고 여러 번 먹어도 물릴 것 같지 않은 정겨운 음식이라 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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