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옆집 1

by 시냇물

바닷물로 간수를 한 담백한 초당 순두부는 강릉과 속초가 쌍벽을 이룬다. 두 곳 다 순두부촌이 형성되고 주말이면 순례객들로 북적인다.


속초에서는 원조집으로 알려진 김ㅇㅇ 할머니 집에 다녀온 바 있다. 솔직히 나는 그 옆집과 맛의 차이를 느낄 수준이 못된다. 그냥 편한 음식이라 맛있게는 먹는다.

강릉에 다녀올 기회가 있어 그래도 그곳의 오리지널 순두부 맛을 보는 게 예의인지라 강릉 본토박이 친구한테 물어서 원조집을 찾았다.


차ㅇㅇ 할머니 집이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주말 점심시간이라 주변부터 난리다. 가자마자 대기표를 받았는데 주인장 당당하게 한 시간은 더 걸린다고 한다.

그 앞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집은 대기자가 좀 적지만 규모가 작은 식당이라 비숫하게 대기해야 할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조금 떨어져 좀 엉성해 보이는 신출내기 식당으로 옮겼다. 거기도 줄은 있었으나 훨씬 짧다. 조금 기다린 뒤 좌석을 배정받았다.

메뉴는 기다리며 아내와 상의한 짬뽕 순두부와 일반 순두부를 각각 하나씩 시켰다. 막상 먹어보니 젊었을 때 보다 매운맛을 잘못 먹는지라 짬뽕 순두부 먹기가 부담스럽다.


얼른 짬뽕과 일반을 섞어서 먹으니 훨씬 먹기 수월하다. 하여튼 짬뽕과 순두부의 절묘한 조합이다. 그래도 얼큰함이 느껴진다.


대기고객이 아직도 꽤 있는지라 부지런히 먹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주변에는 아직도 차량과 사람들이 빼곡하다. 이게 웬일일까! 아~개학 전 삼일절을 낀 마지막 연휴구나!


순두부집들을 둘러보니 집집마다 젤라또를 팔고 있었다. 의외의 메뉴였다. 근데 아직 입안이 얼얼해 뭔가 시원한 게 끌린다. 원조집 카페에 가서 두부맛 젤라또를 시도해 보았다.


이건 웬일인가! 언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과 한국 순두부가 콜라보를 이뤘는가! 이렇게 어울릴 수가...


‘바닷물과 순두부’, ‘순두부와 짬뽕’, ‘짬뽕순두부와 젤라또’ 이렇게 연쇄적으로 음식궁합이 어울리며 진화하는 것 같다. 이게 창조인가? 문명도 이렇게 발전했는가?


하여튼 행복한 한끼였다. 그런데 원조 맛집이 만석이라 그 덕분에 신출내기 식당에도 이렇게 나 같은 손님이 드는 것이 낙수효과일까?


낙수효과는 대공황 시절 미국의 유모어 작가 로저스가 후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꼬며 등장한 경제용어다. 이 말은 나중에 레이거녹스의 신념이 되어서 레이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되었다.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그렇다. 맛집의 옆집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낙수 손님들에 계속 들어온다면 공생하는 좋은 효과가 기대되지만 주말에만 반짝 낙수 손님으론 신참내기 식당이 버티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그런 논란을 겪었었다. 소득주도 성장론! 불균형 성장론! 균형 잡힌 식단이 건강에 좋듯이 경제도 그런 것 같다! 성장이 분배냐? 분배가 성장이냐? 극단의 정책은 이득보다 리스크가 크다.

내가 낙수효과나 분수효과를 깊이 논할 수준은 아니고... 요즘 강원도 동해안에 관광객이 많아졌다 해도 코로나로 타격이 큰 자영업 식당 하는 분들의 살림살이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맛집의 옆집 신출내기 식당 주인의 주머니에도 온기가 더 들었으면 좋겠다. 담백한 순두부의 온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