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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Dec 18. 2024

고독과 함께 살아가는 법

감성 에세이

고독은 참 이상한 놈이야. 한밤중에 문득 찾아와서는 방 구석에 앉아 오래된 친구처럼 말을 걸지. 난 퉁명스럽게 물어. '왜 또 왔어?' 사실 나도 알아. 걔가 왜 지금 왔는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피하고 있을 때, 잠 못 드는 밤 심야의 텅 빈 도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그럴 때 녀석은 날 찾아와.


사람들은 고독을 위험한 바이러스라도 되는 양 취급해. 피하려 하고, 그게 안 되면 도망치려고 애쓰고, 아니면 대충 얼버무려. 그게 혼자만의 방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야. 거기서 우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거울 속의 자신을 외면하거나, 아니면 얘랑 대화하면서 진짜 우릴 마주하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를 택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게 무섭거든. 그래서 이리저리 도망쳐. 술로, SNS로, 끊임없는 약속들로. 하지만 웃긴 건, 고독은 아무리 외면해도 늘 거기 있다는 거야.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그러니 가끔은 고독을 제대로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조명을 낮추고, 멋진 음악을 켜고, 고독이랑 얘기를 나누는 거지. "야, 너 요즘 나한테 왜 이래?" 그럼 걔가 대답할거야. "네가 나를 피하니까 그러지. 어차피 네 안에 있는 난데 뭐가 무서워?"


누군가는 말해. 고독은 슬픈 거라고. 그건 반만 맞는 말이야. 고독은 솔직해. 네가 뭘 후회하는지, 네 속에 뭐가 있는지, 가감 없이 말해줘. 물론 듣기 싫겠지. 근데 알잖아. 가끔은 그런 게 필요하다는 거.


게다가 고독과 친구가 되면 좋은 점이 있어. 우선 남들에게 덜 기대게 돼. 혼자 있는 법을 배우게 되거든. 그리고 재미있게도,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너에게 더 다가와. 이상하지? 정말이야. 네가 네 자신이랑 괜찮아지면 사람들은 그걸 느끼거든. 그게 매력이 되는 거야.


그러니 고독이 찾아와도 너무 도망치지 마. 그냥 마주 앉아서 얘기 좀 나눠봐. 어차피 평생 함께할 친구인데 사이 좋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고독은 혼자만의 방이야. 진짜 너 자신이 될 수 있는 공간이지. 가끔은 거기 앉아서 네가 뭘 두려워하는지, 또는 뭘 원하는지 곱씹어 보는 것도 좋아. 물론 쉽진 않지. 가치 있는 것들은 원래 그러니까.


어쩌면 고독은 본래의 널 만나게 해줄 기회일지도 몰라. 반갑게 맞이해봐. 혹시 알아? 한결 자유로워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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