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엄마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은, 되고자 하는 엄마가 있을 뿐이다. 한때 완벽한 엄마가 되기를 꿈꾸었고 노력했다. 누구보다 완벽한 엄마가 될 자신도 있었다.
아침이 되면 혼자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거실로 나와 잔잔한 음악(아마 클래식이겠지.)을 틀어놓고 앞치마를 두른다. 부엌으로 가 야채를 꺼내 된장찌개를 끓이고 잡곡밥을 짓는다. 막 끓인 된장찌개, 김치, 따뜻한 계란말이, 멸치볶음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고 아이와 남편을 깨운다. 잠에 취한 아이를 다독여 씻게 하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밥을 그릇에 담는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로, 남편은 직장에 보내고 커피를 한 잔 내린다. 거실 창 안으로 햇빛이 촤라락 들어오고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다 마시면 집청소, 설거지를 하고 장을 봐 아이 간식과 저녁을 준비한다. 아이가 돌아오면 간식을 주고 함께 놀고 책도 읽어준다. 남편이 돌아오면 남편의 저녁을 차려주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 후 아이를 재운다. 어떠한가!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지만 이것이 내가 상상했던 완벽한 엄마, 아내의 모습이다.
하지만 슬프게도(지금은 절대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과거의 나는 진심으로 슬펐다.)현실은 이 모습이 아니었다. 5분 간격으로 설정해 놓은 세 번째 알람이 울려야 일어나는 아침은 늘 분주했다. 아침에 잠이 덜 깬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으며 거울 속 모습은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이다. 부은 얼굴은 그렇다 치고 어떻게 하면 머리가 이렇게 산발이 될 수 있는지 미스테리다. 좀비처럼 느릿느릿 거실로 나와 불을 켜고 빵을 꺼내 먹는다. 물론 아이와 남편의 아침은 없다. 알아서 먹겠지 뭐. 씻고 화장을 하다보면 아이가 일어나 왜 안 깨웠냐며 짜증을 내고 나는 ‘네가 좀 알아서 일어나라.’ 며 화를 낸다. 부루퉁한 아이에게 눈을 한 번 흘기고 출근 준비를 마저 끝낸다. 차에 시동을 켜는 그 순간에도 잠이 깨지 않은 나는 물 대신 커피를 들이키며 조금이라도 출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도로 위를 질주한다.
결국 나는 세상이 말하는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했다. 보기 좋게 실패했다.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한 건 노력과 부지런함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부지런함을 넘어 강박적으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씻기고, 아이에게 집착하고, 남편을 닦달했다. 물론 이건 올바른 노력이 아니다.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완벽한 엄마의 목표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 과거의 나는 그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완벽한 엄마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여전히 완벽한 엄마가 되기를 꿈꾸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달리고 있는 안타까운 엄마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때 윤정숙, 김경희, 이지수가 내게 왔다. 나는 이들을 통해 내가 못 이룬 완벽한 엄마에 대한 꿈을 이루려고 한다. ‘완벽한 엄마’라는 것이 얼마나 헛 된 꿈인지 말이다.
혹시 당신도 완벽한 엄마가 되기를 꿈꾸거나 지금도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들의 모습에서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더 소름 돋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