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숙1

by 모개

정숙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머리가 흐 트러지지 않았는지, 화장과 옷이 과하지 않은지, 얼굴 피부 상태는 어떠한지 확인한다. 한참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살피던 정숙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살짝 미소를 지어본다. 완벽해! 거울에 비친 정숙의 미소는 온화하고 따뜻하다.


신발장 앞에 서서 어떤 구두를 신을지 고민한다. 수많은 구두 중 검정색 프라다 구두를 꺼내 신는다. 벤츠 열쇠를 챙겨 차고지로 내려가 운전대를 잡는다. 벤츠가 차고지를 부드럽게 빠져 나온 시간은 오전 10시. 백화점까지 30분 정도 걸릴테니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춰 갈 수 있다. 출근 시간이 지난 도로는 복잡하지 않았다. 라디오에 평소 좋아하는 팝송까지 흘러나온다. 오늘 하루도 완벽하다.


백화점에 도착해 직원에게 주차를 맡기고 바로 지하 식품 매장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이 막 지나 아직 한산하고 여유있다. 늘 가던 반찬 매장으로 향했다. 반찬 매장 직원이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어머! 오셨네요. 잘 지내셨죠?”

“그럼요. 아주머니도 잘 지내셨죠?”

세상 온화한 미소로 직원에게 인사했다.

“오늘은 어떤 반찬이 맛있나?”

“오늘도 아드님네 갖다드릴 반찬 사시는거죠? 오늘은 오징어볶음이 아주 맛있어요.”

“아, 그래요?”

그때 앗!

등으로 불쾌한 통증이 전해진다. 순간 미간을 찌푸렸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매장 직원 눈과 마주치자 금세 표정을 풀었다. 뒤에 한 아기 엄마가 서 있다. 여자의 아기는 아기 띠 안에서 몸을 뒤집으며 울고 있었다. 아기 엄마는 쩔쩔매고 있었다. 아기 엄마의 티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에서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뒤늦게 정숙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아기 엄마는 정숙을 멍하니 쳐다본다. 이내 자신이 정숙의 몸을 쳤다는 걸을 알아차렸다.

“어머! 제가 아기가 울어서. 아, 정신이 없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아이고, 아기가 많이 어려서 많이 힘들겠네. 아기가 왜 울까. 우유는 먹였어요? 기저귀는 갈아줬고? 아니면 백화점이 좀 더워서 그럴 수 있어요. 아기 띠를 잠깐 벗고 아기를 좀 시원하게 해줘봐요.”

정숙은 예전에 며느리가 했던 말을 떠올린 자신이 놀라웠다.

‘내가 며느리가 한 말을 그대로 하다니. 못 배운 며느리지만 쓸모 있을 때가 있네.’

“아, 그럼 그렇게 해볼까요?”

아기 엄마는 정숙의 말대로 주섬주섬 아기띠를 푼다.

“아기띠는 이리줘요. 내가 잠깐 들고 있을테니 아기 옷도 좀 정리해주고 등쪽을 좀 시원하게 해줘봐요.”

“아, 감사합니다.”

정숙은 아기 엄마가 내민 아기띠를 받아 들었다. 아기는 정숙의 말처럼 더웠는지 아기 띠를 벗기자 금세 울음이 잦아들었다.

“아, 정말 감사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애가 왜 우는지 몰라 정말 당황했거든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우, 별말씀을. 내가 뭐 해 준 게 있나? 내가 우리 손녀를 키워봐서 잘 알지. 애들은 너무 꽁꽁 싸매도 안 좋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반찬 가게 매장 직원이 손을 모아 작게 박수를 친다.

“어머! 사모님. 대단하시다. 어쩜 그렇게 차분하게 아기 엄마를 도와줄 수 있어요? 늘 귀부인 같으신데 손녀도 많이 키워주시고 그랬나보다.”

“아이고. 나도 그냥 평범한 할머니지 뭐.”


직원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기 엄마가 간 후 반찬을 여러 개 사 백화점을 나온다. 그대로 아들의 집으로 향했다. 지금 시간은 12시. 아기 엄마를 도와주느라 예상보다 30분 늦게 도착했지만 괜찮다. 백화점에서의 일을 다시 떠올리니 30분 늦은 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아파트에 도착한 정숙은 주차 후 익숙하게 경비 아저씨에게 향했다.

“아이고, 사모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오늘도 아드님 집에 반찬 갖다 주러 오셨어요?”

“네. 아, 이거 아저씨 하나 드세요.”

정숙은 경비 아저씨에게 커피 하나를 내민다.

“감사합니다. 매번 오실 때마다 이렇게 뭘 챙겨주시고. 오늘도 아드님 집에는 안 들어가십니까? 그래도 오신 김에 잠깐 들어갔다 가시지.”

“아이고. 아니에요. 요즘 그러면 큰일납니다. 요즘 며느리들이 얼마나 무섭다고요. 호호호. 집 앞에 두고 금방 나올거예요.”

정숙은 백화점에서 산 반찬을 아들 집 앞 현관에 두고 다시 내려온다. 아파트 밖으로 나오니 경비 아저씨가 기다렸는지 정숙에게 다가와 떡 하나를 내민다.

“매번 받아 먹기 죄송해서. 저, 이거 별 건 아닌데 가시면서 간식으로 하나 드세요.”

“어머! 감사해라. 뭘 이런 걸. 저 떡 좋아해요. 정말 잘 먹을게요. 그럼 다음에 또 봬요.”


집에 돌아오니 오후 2시다.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온다. 식탁 위에 올려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한다.

‘집 앞 현관에 반찬 두고 간다.’

정숙의 문자에 며느리는 답이 없다. 뭐 상관없다. 답을 받기 위해 보낸 문자가 아니니까.

정숙은 가방 속에 있던, 아까 경비가 주었던 떡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휙 집어 들어 쓰레기통에 쑤셔 넣는다.

‘거지 같은 게 어디 지가 먹던 걸 줘? 내가 지 같은 거지인 줄 아나.’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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