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사고, 논술] 창의력이란 무엇인가?
윗 사진과 아랫 사진 중 어떤 것이 더 창의적인가?
20년 전 쯤 동네 한토이라는 완구점에 딸아이의 장난감을 사러 종종 들렀다. 1층은 주로 국산 완구업체들이 만든 장난감이, 2층엔 수입 장난감이 전시돼 있었다. 각 층에서 본 장난감자동차를 보고 눈에 띄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국산 장난감자동차 대부분은 독일3사의 자동차나, 현대차의 모양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반면 2층에서 본 장난감자동차는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기린이나 말, 코끼리 등 동물모양이 많고 기하학적인 모양을 한 장난감자동차도 많았다. 실제 어른들이 타는 자동차의 모양을 한 장난감은 극히 일부였다.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놓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는 우리나라 장난감 디자이너들이 수입 장난감 디자이너에 비해 창의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장난감자동차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난감자동차가 갖는 공통점을 나열해 보자.
1. 조향장치(핸들,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장치)가 있다.
2. 바퀴로 이동할 수 있다.
3. 어린이가 앉거나 발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있다.
1,2,3을 합쳐놓은 게 장난감자동차의 개념이다. 1,2,3이란 속성을 모두 충족하하기만 하면 본질적으로 장난감자동차란 범주에 든다.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면 디자이너는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 즉 장난감자동차란 범주에 속하는 작은개념들을 만들수 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a. 1,2,3을 모두 충족하고 아우디 A6 모양을 하고 있다.
b. 1,2,3을 모두 충족하고 벤츠 S클래스 모양을 하고 있다.
c. 1,2,3을 모두 충족하고 코끼리 모양을 하고 있다.
d. 1,2,3을 모두 충족하고 말 모양을 하고 있다.
e. 1,2,3을 모두 충조가고 별 모양을 하고 있다.
f. 1,2,3을 모두 충족하고 해골 모양을 하고 있다.
...
이처럼 새로운 개념을 많이 만들수록 상상력, 즉 창의력이 있는 디자이너다. 한토이에서 본 국내 완구 디자이너들은 기껏해야 a, b 정도 밖에 개념을 분류하지 못했다.
창의력이 있다는 건 개념을 쉽게 분류하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이는 범주안에서 자유롭게 논다는 뜻이고, 본질에 충실하다와 동의어다.
일반적으로 엉뚱한 사람을 창의력이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엉뚱하기만 하고 본질을 지키지 않으면 개념이 없는 것이지 창의력이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