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창의력...카테고리 시프트
A와 B는 로봇을 만드는 업체다.
인간은 두 발로 걷는다. 이족보행 동물이다. 걷기란 개념을 어떤 범주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A와 B의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걷는다는 건 일반적으로 ‘수평 이동’이다. 하지만 걷기의 본질을 ‘낙하 운동’으로 본다면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수평 이동과 낙하 운동은 에너지 소모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걷기는 제어된 넘어짐’이란 말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옵티머스 등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업체들에겐 유레카를 외칠 말이다.
넘어짐은 이동이 아니라 낙하다. 인간이 앞으로 고꾸라질 때엔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몸이 떨어지는 것이다. 걷기를 세분화해서보면 넘어짐과 이를 다리가 받친 후 관성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서는 운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인간은 넘어짐을 제어해 걷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에너지를 덜 쓰고 이동할 수 있다. 챗GPT에 따르면 1km를 이동하는 데 인간은 0.15리터의 산소를 쓴다. 반면 개는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0.2리터, 말은 0.3리터, 침팬지는 0.4리터를 쓴다. 인간은 이족보행으로 아낀 에너지를 뇌에서 소비할 수 있게됐다.
가에서 걷기를 a(수평 이동)의 범주에 포함시킨 업체 A와 b(낙하 운동)이란 범주로 본 B는 에너지 소비량이 완전히 다른 휴머노이드를 만들 수 밖에 없다. 휴머노이드의 보행 구조가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충전으로 할 수 있는 노동량이 달라지는 것이다. 공장에서 일할 휴머노이드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사주라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이 또한 개념과 범주의 문제다. 2족 보행의 개념을 관찰을 통해 정확히 정의했는가와 그에 따라 인간의 걷기를 어떤 범주에 포함시켰느냐에 따라 치열한 AI로봇 경쟁에서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