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이 위험하다고? 진짜 위협은 ‘은행 시스템’이다
– 고턴 교수의 진단은 정확하지만, 결론은 잘못됐다
최근 조선일보는 예일대 게리 고턴(Gary Gorton) 교수가 “스테이블코인은 규제받지 않는 민간 은행이며, 뱅크런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단기 부채를 발행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금융 불안이 발생하면 대규모 환매가 발생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Stablecoin issuers are economically equivalent to unregulated banks… These issuers therefore suffer from run risk and have the potential to systemically endanger the financial system.”
– Gary Gorton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경제적으로 규제받지 않는 은행과 같다… 따라서 이들은 뱅크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금융 시스템 전반에 체계적인 위협을 가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고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해석은 중요한 맥락 하나를 놓치고 있다.
정말로 위험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화폐’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피하도록 만드는 기존 은행 시스템 그 자체인가?
은행은 본질적으로 부분지급준비제도에 기반해 운영된다.
고객이 예치한 자산의 일부만 실제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대출·투자 등으로 운용한다.
이는 평상시에는 효율적인 금융중개 역할을 하지만, 위기 시에는 전형적인 뱅크런 메커니즘으로 전환된다.
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면, 은행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게 되며 결국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고턴 교수 자신도 이 점을 과거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To prevent financial crises, regulate short‑term debt.”
– Gary Gorton
“금융위기를 막으려면, 단기 부채를 규제해야 한다.”
이는 전통 은행 시스템이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어떤가?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조건으로 100% 현금성 준비금 보유와 회계 감사, 투명성 보고를 법으로 요구한다.
즉, 이 법안이 시행되면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은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급 능력을 갖춘 자산이 된다.
그런데도 고턴 교수는 여전히 스테이블코인의 뱅크런 가능성을 거론한다.
“During times of economic uncertainty, holders … might not want any of it. That’s when a bank run occurs … The run risk applies to stablecoin issuers, which are unregulated banks.”
– Gary Gorton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보유자들은 그것(스테이블코인)을 더 이상 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때 바로 뱅크런이 발생한다… 이 위험은 규제받지 않는 은행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나 이 발언은 지니어스 법안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만약 1:1 준비금과 감사 시스템이 작동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뱅크런에 노출된다면, 그것은 스테이블코인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 위기, 즉 은행에서 자산이 빠져나가는 구조적 원인이 핵심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고턴 교수가 경고한 바는 절반만 맞다.
스테이블코인은 위기를 유발하는 '폭탄'이 아니다.
오히려 위기의 원인을 드러내는 **'뇌관' 혹은 경고 신호'**에 더 가깝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은행 시스템의 구조적 불안정성,
즉 부분지급에 기반한 취약한 신뢰 시스템이다.
이 점을 외면한 채, 스테이블코인만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은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신기술이 아니라, 낡은 시스템이 만들어온 리스크다.
� 그림자 금융이란?
� 한줄 요약:
“은행처럼 행동하지만, 은행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 시스템 전체”
즉, 예금 받듯 돈을 받고, 대출처럼 자산을 굴리지만,
예금자 보호도 없고, 중앙은행의 긴급 자금지원(LOLRA)도 없는 비공식적 ‘유사은행’ 시스템이야.
� 고턴이 설명한 그림자금융의 구성
레포(Repo) 시장
기관들이 단기자금을 빌리기 위해 국채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구조
고턴은 이를 "기관 간 예금 시장"이라고 봤음
단, FDIC 보험도 없고, 심지어 ‘런’이 일어나도 막을 장치가 없음
자산유동화증권(ABS), MBS 등 구조화 상품
전통적 예금 대출과 달리, 자산을 묶어 시장에서 거래
고턴은 “이런 상품이 마치 ‘안전한 현금성 자산’처럼 팔린다는 점이 문제”라고 봄
머니마켓펀드(MMF)
사람들은 MMF를 현금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리스크가 있음
2008년에 실제로 MMF에서 ‘런’이 일어났고, 연준이 개입해야 했음
� 고턴의 핵심 주장
“그림자금융 시스템은 전통적인 뱅크런처럼 무너질 수 있지만, 아무도 그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다.”
2008년 위기를 고턴은 이렇게 분석함:
“전통 은행이 아니라 그림자금융 시스템에서 뱅크런이 벌어졌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특히 **레포 시장의 ‘런’**을 강조함.
이건 개인이 아니라 기관들끼리 벌인 뱅크런이었음. 고턴은 이걸 "institutional bank run"이라고 불렀지.
⚠️ 그래서 왜 위험한가?
은행은 규제와 예금보험, 중앙은행 지원이 있음.
하지만 그림자 금융은 규제 사각지대.
시스템은 점점 은행 밖으로 나가는데, 위기는 여전히 전염성이 있음.
� 고턴의 대안 제시? (있긴 한데 조심스럽게)
그는 뚜렷한 정책적 해법을 강하게 주장하진 않지만,
“그림자금융을 은행처럼 규제하거나, 중앙은행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줌.
예:
MMF에 예금보험 같은 장치를 도입
레포시장에 중앙은행의 역할 부여
또는, 그림자금융을 일정 규모 이상이면 은행처럼 인가받게끔 강제
�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고턴은 그림자금융을 "보이지 않는 은행 시스템"으로 규정했고,
이 시스템이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걸 2008년 전에 미리 경고한 몇 안 되는 학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