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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걸 의원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 정리

by 김창익

✅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과 2025년 지니어스 법(GENIUS Act)의 비교 분석


2025년 7월,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발의한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최초의 입법 시도다.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불안, 통화정책 교란, 투자자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강력한 규제와 감독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대해 매우 높은 자격요건을 부과한다. 자기자본 50억 원 이상의 금융회사 또는 상장된 주식회사만 발행이 가능하고, 전산 시스템과 인력 등 기술적 요건을 갖춰야 하며, 발행 잔액 이상에 해당하는 예금, 국채 등 안전한 준비자산을 반드시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투자 유인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통화정책의 왜곡을 막고 기존 금융시장에 불안정성을 유입시키지 않기 위한 목적이 크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이 고정 수익을 제공할 경우, 은행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할 수 있으며 이는 금리 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행 실패나 기업 파산 상황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준비자산은 발행사 자산과 분리 보관되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우선 배분되도록 해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비해,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정책을 협의·결정하는 다기관 체계를 법제화했으며,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해 감독 및 인허가 권한을 일원화하려는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인 2025년 미국에서도 발의된 ‘지니어스 법(GENIUS Act)’ 역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는 법안으로, 여러 측면에서 한국 법안과 유사한 규제 철학을 공유한다. 미국 법안은 연방정부 인가 기관만 발행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준비자산 역시 미국 달러 또는 단기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제한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지니어스 법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자 지급 시 증권 간주 가능성’으로 간접 제약을 가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이제는 법률 그 자체가 이자 지급을 직접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 가치 저장 수단으로 한정하고, 투자 상품화되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양국 모두 이자 지급 금지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화폐 유사성을 강화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통화정책의 효과성을 지키려는 공통된 목적을 지닌다. 다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 법안은 엄격한 자본 요건과 정부 주도의 중앙집중형 감독 체계를 통해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반면, 지니어스 법은 연방 인가와 민간 주체의 역할을 일부 허용하는 구조로 상대적으로 유연한 시장 설계를 추구한다.


✅ 김용범 실장이 구상한 스테이블코인 질서 vs 안도걸 안의 보수적 틀

2025년 현재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재직 중인 김용범 실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디지털자산 정책에 대해 기술 친화적이고 시장 중심적인 접근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는 과거부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화폐가 한국의 금융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 중 하나라고 판단해 왔으며, 규제보다는 ‘설계된 유연성’을 우선시하는 정책 철학을 견지해 왔다.


김용범 실장이 구상한 스테이블코인 질서는, 고정된 금지 조항이나 자격 요건보다는 원칙 중심의 규제 아래 민간의 실험과 혁신이 가능하도록 열어두는 방향에 가깝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일정한 신뢰성과 자율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한 비금융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에도 개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며, 준비자산 구성 또한 예금과 국채 같은 안전자산만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자산 다양성을 인정하는 탄력적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자 지급과 관련해서도 그는 명시적 금지보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제한적 허용도 가능하다는 유연한 시각을 유지해왔으며,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상품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규제보다는 분리관리와 명확한 공시 체계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같은 해 발의된 안도걸 의원의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통화질서의 보존’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기준에 절대적으로 종속시키고 있으며, 발행 주체를 자기자본 50억 원 이상인 금융회사나 상장 주식회사로 한정하고, 준비자산도 국채·예금 등 초보수적 자산으로 고정시킨 점에서 민간의 자율성과 혁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구조를 택했다. 특히 이자 지급을 명확히 금지한 조항은, 투자자 유인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 금리시장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실질적으로 ‘국가 허가형 전자화폐’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규제 틀에 가깝다.


요컨대 김용범 실장이 구상한 스테이블코인 질서는 시장과 기술, 민간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개방형 구조라면, 안도걸 의원의 법안은 통화주권과 금융통제력을 보존하기 위한 국가 중심의 통제형 구조에 가깝다. 양쪽 모두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제도권 편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접근 방식과 기본 철학은 분명하게 갈린다. 김용범은 규제의 탄력성과 시장 실험을 인정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안도걸은 먼저 질서와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그 어떤 혁신도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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