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남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를까

by 김창익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급격한 거래 절벽을 맞았다. 6월 28일부터 7월 27일까지 한 달간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총 9,186건으로, 대책 시행 직전 한 달(5월 28일~6월 27일)의 3만 3,374건에 비해 무려 72.5%나 급감했다. 이는 대출 규제로 인해 매수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거래량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이례적인 양상이 포착됐다. 특히 20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의 경우, 전체 251건 중 166건이 신고가로 거래되며 무려 66.1%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용면적 85㎡ 초과 대형 아파트 거래에서도 신고가 비율은 12.1%로 집계돼, 실수요보다는 자산 여력이 충분한 부유층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액대별로 살펴보면, 5억 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 4,438건 중 75건(1.7%)만이 신고가였고, 5억10억 원 구간은 3,505건 중 103건(2.9%), 10억20억 원 구간은 992건 중 235건(23.7%)이 각각 신고가로 거래됐다. 거래가 감소한 전체 시장 속에서도 고가 아파트에만 신고가가 집중되는 현상은 명백한 ‘부동산 양극화’의 신호다.

한편,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3억 2,666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 상승했으며, 전용 84㎡ 기준 전세가격도 6억 8,036만 원으로 4.9% 올랐다. 지역별로는 서초구의 전용 84㎡ 평균 매매가가 29억 9,439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강남구(27억 5,607만 원), 송파구(20억 7,094만 원), 성동구, 용산구 등이 이었다. 이로써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10억 9,584만 원에 달하며, 전반적인 집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결국 대출이 어려운 서민과 실수요자는 거래 자체를 멈춘 반면, 대출이 필요 없는 자산가들은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활발한 거래를 이어가며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대책의 의도와는 달리, 자산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현상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강남 아파트는 사는 집이 아니라 사는 집이다.


시장에서 유동성이 증가하면, 자산을 보유한 계층은 더 이상 현금을 단순히 보유하지 않는다. 화폐의 실질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환경에서, 그들은 돈을 ‘사용’하기보다는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자산을 찾게 되며, 그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고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실물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서, 특히 거래량이 풍부하고 희소성이 높은 도심 고급 아파트는 자산가에게 있어 일종의 ‘구매력 저장소’로 기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산가들이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행위는 단순한 거주 목적이 아니라, 자본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전략적 행위로 해석된다. 이들은 부동산을 소비하지 않고 보관하며,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그 가치가 안전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자금을 투입한다. 특히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에는 이런 '보관 수요'가 집중되면서 고가 아파트의 수요는 줄지 않고 오히려 강화된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실수요 중심의 중산층과 서민들은 주택을 ‘거주를 위한 필수재’로 접근하지만, 대출 의존도가 높고 금리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금융 규제나 경기 불안정이 확대될 경우 구매력 자체가 위축된다. 이들은 유동성 확대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리지 못하며, 결국 시장 참여에서 배제되기 쉽다.


그 결과, 같은 부동산 시장 안에서도 고가 주택은 신고가를 경신하며 자산가의 ‘가치 보관 창고’로서 기능을 강화하는 반면, 중저가 주택은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정체되며 시장에서 소외된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단순한 상승·하락을 넘어, 자산이 자산을 더욱 강화시키는 구조적 양극화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결국, 유동성의 증가는 시장 전체의 구매력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본을 보유한 소수에게만 '보관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고가 자산의 가격만을 끌어올린다. 그 속에서 중산층 이하 계층은 ‘기회를 잃는 쪽’이 되며,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고착화된다.


강남 아파트 팔고, 비트코인 사는 부자들.


최근 일부 자산가들이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매도한 뒤, 그 자금을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부동산에서 암호화폐로의 단순한 투자처 변경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현상의 본질은 ‘보다 나은 구매력 보관 수단’을 찾아 자산을 재배치하는 움직임이다.


기존까지 고가 부동산, 특히 강남권 아파트는 자산가들에게 있어 구매력의 안정적 저장소 역할을 해왔다. 희소성, 입지, 사회적 신호 효과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가격 방어력이 뛰어났고, 이는 곧 ‘현금을 집에 보관한다’는 경제적 행위로 작동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보관 수단으로서의 부동산이 최근 들어 상대적 매력을 잃기 시작했다.


첫째,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지속되면서 거래의 유동성이 낮아지고, 보유에 따른 조세 부담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둘째, 부동산은 시간과 장소에 묶여 있는 물리적 자산이기에, 위기 시 즉시 현금화하거나 국경을 넘어 이동시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부동산 가격이 이미 상당히 고점에 근접해 있다는 인식 또한 자산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완전히 다른 특성을 지닌 자산이다. 그것은 탈중앙화되어 있으며, 공급이 고정되어 있고, 어느 국경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더불어 비트코인은 전통 화폐 시스템에 대한 ‘보험’이라는 인식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디지털 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고액 자산가에게 보관비가 낮고, 이동성이 높으며, 장기적으로 구매력을 보존하거나 오히려 증대시킬 수 있는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산가의 자본은 더 높은 유동성과 더 강한 가치 저장성을 가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투자 수익률을 좇는 행동이 아니라, 자산의 존재 목적 자체가 “부를 저장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유리한 저장소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산의 본능적 흐름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강남 아파트가 곧 안전한 금고’였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일부 자산가들에게 ‘비트코인 지갑이 더 안전한 금고’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매력 보존의 기능에 있어 자산 간 위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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