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80대가 궁금해

by 정민희




요즘 잠시 삶의 속도에 멈춤 버튼을 누르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천천히 흘러가게 시간을 잡고 있다. 지금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해야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느낄 것인지, 과거의 나는 어떤 길을 걸어와서 지금의 내가 있게 만들었는지 같은 생각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보니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의 80대가 궁금해졌다. 지금 내 나이 서른 중반에 팔십 대를 생각한다는 것은 조금 많이 이를지도 모른다. 이십대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들을 요즘엔 자주 한다. 나의 80대를 상상해 보고 멀지 않은 40대 그리고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하는 50대도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 걸까? 사실 지금 내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다니던 회사는 그만두었다. 그렇다고 미술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혼자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몇 자 끄적이고 사색하는 게 하루 일과일 정도로 매일을 이렇게 지내고 있다. 그러다 문득 불안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작업이 너무 하고 싶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이길로 돌아왔지만 나는 자주 흔들린다. 당장 다시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들면 나는 80대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고 싶은지에 대한 상상을 한다.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노트북 앞에서 무언가를 끄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하고 있는 이 행위들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를 쓰는데 유난히 불안한 날이면 지금의 내가 80대라고 상상을 하고 80대의 내가 37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미래의 나에게 물어본다. 80대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답해주는 말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지금의 불안은 금방 해소된다. 맞아.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거야. 혼란스러운 하루가 또 지나가지만 80대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괜찮다고 잘하고 있으니 그냥 계속 방황해보라고 얘기한다. 그래 그럼 이 길이 맞는 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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