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원 Nov 28. 2023

코카콜라에 코카인이 들어있다고?


2022년 4월,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다음 인수 대상은 코카콜라이며 음료에 다시 "코카인을 넣을 것"이라고 트윗했습니다. 특유의 선을 넘나드는 농담이었지만 해당 트윗은 입소문이 났고, #CocaCola와 #cocaine이라는 해시태그 두 개가 함께 인기를 끌었습니다.


코카콜라는 건강에 해가 된다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무알콜 음료입니다. 그런 코카콜라에 코카인을 넣는다고요? 아니면 원래부터 코카인이 들어있었나요? 코카콜라와 코카인의 연관성이 궁금하다면 콜라 음료의 역사를 알아봐야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8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존 펨버턴 John Pemberton이라는 약사가 있었습니다. 코카콜라의 발명가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펨버턴은 자신의 뒷마당에서 특별한 음료의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특별한 음료가 두통, 배탈 및 피로를 치료하는 "두뇌 강장제 및 지적 음료"라고 주장했습니다. 코카콜라는 실제로 처음에 특허의약품으로 판매되었습니다. 1892년, 애틀랜타의 약사 아사 캔들러 Asa Candler가 펨버튼에게서 소유권을 구입하고 코카콜라 컴퍼니 Coca-Cola Company를 설립했습니다. 캔들러는 코카콜라를 음료수로 광고하고 미국 전역에서 점심 메뉴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카콜라라는 이름은 코카나무와 콜라나무의 조합에서 나왔습니다. Coca는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한 코카인 cocaine을 뜻하고, Cola는 또 다른 자극제인 카페인을 함유한 콜라 열매 kola nut를 뜻합니다. 펨버튼의 제조법에는 코카 잎 추출물 형태의 코카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코카인은 당시 합법적인 의약품의 성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코카인을 소량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었습니다.


코카 잎과 콜라 넛


식물에서 유래된 질소 원자를 포함한 염기성 물질을 알칼로이드 alkaloid라고 합니다. 알칼로이드는 말하자면 식물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낸 천연 살균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마약으로 분류되는 상당수의 약물이 이런 알칼로이드에서 출발하여 의약품으로 쓰인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니코틴, 카페인도 그렇고 모르핀, 코카인도 알칼로이드의 하나입니다. 코카나무의 이파리는 지금도 남미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에서 고산병을 치유하는 천연치료제로 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물을 팔듯이 현지 시장에서 코카 잎을 쌓아놓고 그걸 우려낸 코카 차를 마시는 것을 보는 건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특허의약품에 중독성 성분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코카콜라의 코카인 함량도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었고, 1929년에는 코카인이 없는 음료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미국은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는 시대였습니다. 술이 불법이 되자 코카콜라는 곧 대안 음료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코카콜라 제조법은 엄격한 비밀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코카콜라에는 코카인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국립 약물 남용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는 말합니다. 1988년 코카콜라의 한 임원은 "코카인은 들어 있지 않으며 모든 것이 규제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뉴욕 타임즈에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오늘날까지도 코카콜라가 코카 잎을 사용하여 음료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팩트체크 사이트 Snopes.com에 따르면, 코카콜라에 사용된 코카인은 구체적으로는 코카인의 전구체이자 코카 식물 추출물에서 추출된 엑고닌 ecgonine이었습니다. 해당 웹사이트는 "1894년의 첫 번째 코카콜라 병에는 약 3.5g의 코카인이 포함되어 있었"고, "1902년까지 시럽 1온스당 코카인 1/400알이 들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코카콜라 컴퍼니는 공식적으로 과거나 현재나 자사 음료에 코카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합니다. 그런데 역사적 증거는 원래 제품에 해당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쪽으로 기웁니다. 작가 마크 펜더그라스트 Mark Pendergrast는 자신의 저서 <신과 국가 그리고 코카콜라를 위하여>에서 이 이슈는 회사의 "미묘한 홍보 문제"였으며 이에 따라 창업자 아사 캔들러의 손자인 존 캔들러가 이를 부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합니다. “회사가 공격에 대해 진실을 말한다면 음료에 한때 코카인이 들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는 그 성분이 유해하기 때문에 제거했다는 의미가 되며, 소송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코카콜라가 순수하고 건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회사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결국, 코카콜라에는 코카인이 들어있었던 걸까요 아닌 걸까요?


1988년, 뉴욕 타임즈는 "원래 제조법에는 코카인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나중에 제조법에서 해당 물질이 제거되었다"고 회사 대변인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웹사이트에는 여전히 “코카콜라에는 코카인이나 기타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코카콜라에 코카인이 첨가된 적이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글세요, 혹시 만에 하나라도 희대의 괴짜 일론 머스크가 정말로 코카콜라를 인수하는 날이 온다면 저 공지글도 전혀 다르게 바뀌지 않을까요? 콜라든 코카인이든 그보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건 스스로를 해치는 무엇에 대한 의존을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