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해방촌 '디지털 디톡스'
주말을 앞둔 밤. 고생했던 한 주를 보상이라도 하듯, 스마트폰을 들고 침대로 신나게 달려간다. 깜깜한 방 한 줌의 빛만 바라보며 스크롤을 내린다. 어느덧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가고 '자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멈출 줄 모른다.
코워킹클럽(노마드 워커와 함께 일하는 모임으로 목요일마다 열린다)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화면을 흑백으로 바꿔봤다는 사람, 방해금지모드를 켜놓는다는 사람,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는 사람. 모두들 각자만의 방법으로 스마트폰과 싸우고 있었다.
현대인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 특히나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일하는 노마드 워커들에게는 필수적이다.
그럼 어떻게 이 존재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정말로 똑똑하게.
많은 현대인들이 공감하고 있는지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다루는 책 <도둑맞은 집중력>이 몇 주째 베스트셀러다. 저자인 요한하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차단하고 아무도 모르는 프로빈스타운에서 3개월을 보낸다. 세상과 떨어져 '디지털 디톡스' 환경을 만든 것. 디지털 디톡스가 책에서 말하는 완전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그가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하는데 핵심적인 경험이 된다. 그렇다면 저자만큼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스마트폰 해방촌이 나왔다.
스마트폰 해방촌에서는 3박 4일 동안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된다. 스마트폰 감옥(박스)에 참여자와 운영진 모두 스마트폰을 넣는다. 매일 저녁, 다 같이 모여 앉아 다음날의 스마트폰 사용계획을 작성한다. 시간과 사용 목적을 정해서 꼭 필요한 곳에만 쓰는 것이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실천하며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스마트폰 해방촌에 찾아온 참여자들은 이전에도 여러 시도를 해봤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로 이겨내기에 스마트폰은 너무나 강력하다. 스마트폰의 뒤에는 어떻게든 우리를 더 오래 붙잡으려는 거대기업이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함께 시도해 본다. 한 공간에서 서로의 지지자가 되어 3박 4일만이라도 스마트폰에서 멀어질 수 있도록.
첫날에는 스마트폰의 부재가 수시로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길을 찾을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아 스마트폰 없지'하며 어색해했다. 늘 주머니에 묵직하게 자리한 스마트폰의 부재는 컸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적응을 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답을 찾는다고 했던가.
스마트폰 없이 모든 것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기 시작했다. 알람시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길은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가고, 거실에서 라디오를 함께 듣고, 카메라를 더 자주 들었다. 스마트폰의 빈자리에는 재밌는 에피소드와 깊은 대화가 쌓여갔다.
이틀째부터는 스마트폰이 없는 삶에 적응했다. 그러자 스마트폰이 없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좋다는 걸 깨달았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마음은 편안하고 머리는 또렷해졌다. 속 안에 가득 낀 안개가 걷힌 기분이랄까. 그래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멀리 떨어진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닌, 지금 여기에 있게 된다.
스마트폰 해방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평균 스크린타임은 3시간에서 1시간대로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해방촌의 효과는 언제까지 유지될까?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가 경험했듯,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삶이 180도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3박 4일 스마트폰 해방촌을 통해 1도라도 변했다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침실에 알람시계를 들였다.
스마트폰에서 필요 없는 앱을 삭제했다.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 의식한다.
1도의 노력이 시간과 맞물리면서 점점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