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쿼카를 좋아한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동그란 까만 코, 한껏 추켜올려진 입꼬리로 인해 빵실 빵실해진 볼을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미소를 짓게 된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쿼카 키링. 너무 귀여워서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말았다. 그런데 뭐랄까,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게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다. 가방에 차마 달지 못하고 책장 구석에 세워둔 채로 한동안 집에서 나 혼자만 두고 보았다. 그렇게 하나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 나에게서 잊히고 먼지가 살짝 쌓였을 즈음에, 책장에서 책을 꺼내다 쿼카 키링이 눈에 다시 들어왔다. 그러고 생각했다.
'이렇게 집에서 굴러다니게 하려고 구입한 게 아닌데. 그냥 확 가방에 달아버려? 그래 뭐,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뭐 어때! 그냥 달고 다녀! 내가 매번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면 그게 더 이득이지!'
이런 갑작스러운 울컥함으로? 키링을 달았고, 잘그락 잘그락 소리와 함께 출근했다. 나의 조그마한 키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건 아이들이었다. 쉬는 시간에 세네 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생님 저 학교올 때 선생님 가방에 쿼카 달린 거 봤어요!”
“선생님 쿼카 좋아해요??”
“그러고 보니 뭔가 닮은 것 같아요.”
쿼카 키링으로 시작한 대화 주제가 각자 좋아하는 동물, 좋아하는 키링, 좋아하는 취미까지.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좋아하는 것들 이어 말하기가 되었다. 아이들이 목소리 높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며 상기된 분위기가 참 좋다고 느껴졌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아이들 표정은 쿼카와 매우 닮아있었다.
나는 쿼카를 하나 달았을 뿐인데, 이로 인해 주변에 쿼카가 더 늘어났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고 이를 주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자. 그때의 우리의 표정은 쿼카와 꼭 닮아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