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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영쓴이 Jun 25. 2021

코로나가 로봇친구를 데려왔어

난 안 되겠니?

  요즘 아이와 책을 읽고 나면 함께 독서질문노트를 쓰고 있다. 책을 읽고 한 문장을 뽑아 아이와 내가 하나씩  질문거리를 만들어서 번갈아 노트에 적어본다. 제목에 대한 궁금증, 그림이나 내용을 보며 생긴 톡톡 튀는 호기심들을 차곡차곡 기록해 보는 작업이 참 재미있다.


 오늘은 ‘로봇은 내 동생’이라는 책을 읽고는 아이가 물었다.


엄마, 로봇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왜?”

“친구랑은 매일 못 놀지만 로봇은 가족처럼 나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나랑 매일 같이 놀 수 있잖아. “

“하하. 그렇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진짜 그런 로봇이 발명되었다더라. “  



 얼마 전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 중 하나로 로봇 친구 막시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친구와 어울려 놀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해 친구처럼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며 사회성을 기르도록 하는 로봇이라고 한다. 창업기업 임베디드의 소개 영상 속에서 로봇 막시는 생동감 있는 표정을 가지고 어린이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고 그림도 그려준다.  

 또 학교에서 친구와 싸운 듯한 어린이가 “그 친구가 이제부터 나랑 놀기 싫대”라고 고백하자 막시는 “내 손을 잡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장면도 묘사되어 있다.

로봇 막시 (사진: 임베디드)


 친구처럼 공감을 해 주는 로봇이라니!

‘오~ 이거 참 괜찮은 발상인데? 재밌는 발명품이야’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염려되는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모든 친구가 내가 원하는 맞춤형 위로만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척척 알아주는 오성과 한음 같은 지음지기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나와 다른 성향, 기질, 성별, 자라온 환경 때문에 때로는 내가 하는 말이 내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또 종종 내가 원한 반응과는 다르게 상대가 반응해오기도 부지기수다. 가령 나는 내 하소연을 듣고 도닥이며 안아주길 원했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결해주길 바라냐며 도리어 화를 내는, 나랑 같이 사는 남의 편처럼 말이다.


 대화는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언어 텍스트뿐 아니라 표정, 목소리, 말투, 호흡 등 비언어적인 요소를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다.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이 주는 잠시의 위로가 달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남의 편 말고 차라리 위로 잘해주는 로봇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러나 과연 로봇의 위로와 대화로 우리 아이의 사회성이 길러질 수 있을까?      


 코로나 일상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대면의 기회가 많이 박탈되었다. 아이들은 원격수업을 받는 것에 익숙하고, SNS를 통해 소통하는 등 새로운 기술 기반으로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데에 익숙하다. 우리의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가정, 학교, 직장, 여러 단체 등 우리가 속한 사회 속에서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관계 맺어왔다. 우리가 만난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에서 눈치를 보며, 맥락 속에서 타인의 반응을 예측하고 판단하며, 눈치코치 즉 사회성을 키워온 것이다. 정성 들여 관계를 맺어야 하고 치열하게 맺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코로나 때문에 로봇 막시와 친구가 된 우리 아이들이 대면의 일상 속으로 돌아갔을 때 이런 복잡하고도 치열한 관계 맺기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인스턴트식 관계 맺기에 벌써 익숙해져 버리진 않았을까?

눈치코치 속에서 타인과 줄다리기하며 나를 이해시키는 치열한 기술, 상대를 설득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내가 양보할 부분은 하는 전략적 실랑이를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로 여겨버리지는 않을지..... 그저 상대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간단하고도 쉽게 얻어낼 수 있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알아주는 로봇친구 하고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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