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방조제, 제부도, 당진.
여행 중 옷깃을 스쳤던 어느 분이 물으셨다. ‘왜’ 스쿠터 국내 일주를 시작했느냐고.
그분이야 그냥 물으셨겠지만,
성인이 된 이후 내가 하는 일에 ‘왜’라는 질문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을 받는 경 우는 드물기도 했고,
나름 이유가 있는 터라 반가운 질문이기도 했다.
“원래 해외에 나가려고 했는데 문득 내 나라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스쿠터 여행은 기간도 길고,
혼자 하는 여행이라 숙박 등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 상당해서 비용이 적게 들지는 않았다.
사실 같은 값이면 기간은 짧지만 훨씬 편하게 놀 수 있는 동남아 등지도 생각했지만,
내 나라에 대해 서도 잘 모르면서 해외를 편하게 갔다올 수 있다니 모순되게 느껴졌다.
더불어 어렸을 적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으레 명절이면 내려갔던 부모님 고향을
내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거진 20년이 넘어가는 세월만큼 그 기억도 아스라이 멀어져 있었다.
조부댁을 방문할 적 들렸던 바다를 바라보며 위치해 있던 포장마차에서
생전 처음으로 참기름에 생낙지를 찍어먹었던 삽교천과
언덕 어딘가의 할머니 댁에 있던 녹슨 체인이 달린, 초등학교 여자아이가 타긴 조금 버거웠던 성인용 자전거로 서툴게 발판은 내딛고 달리던 논밭의 풍경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강산이 두 번 지나 그 곳의 소식을 가족이 아닌 아닌 매스컴으로 더 자주 듣게 되었다.
최근에 가본 기억 속의 풍경은 아파트 단지와 큰 길로 바뀐지 오래였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주민센터 건물에 ‘시골’은 남아있지만,
높다랗고 새로운 건물에 둘러싸여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 그렇게 시골이란 단어는 먼 기억만 남겨놓고는 이렇게 사라져 버렸구나.
오이도에서 대부도를 넘어가는 길, 시화방조제.
삽교천을 생각하며 방조제 타고 무한 질주하기로 구상을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일산에서 인천을 들러 시화방조제 쪽으로 넘어갔는데
인천은 무역으로 안산(오이도)은 공단으로 유명한 도시들이라
두 도시를 넘어가는 길은 화물 트럭들이 많이 다녀서 약간 위협을 느꼈다.
또한 생각 치도 못 한 좁은 길이나 낯선 풍경들 때문에 길도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방조제를 달리기 시작하며 시야에 들어온 쭉 뻗은 도로는
역시 서울에서 당일치기 투어코스로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게 달리던 길 중간쯤 불쑥 솟아 오른 낯선 건축물들을 지나 휴게소가 하나 보이는데,
사실 ‘휴게소가 있다!!! 여기가 바로 내가 원하던 곳이야!!!!’ 이런 느낌 보다는
‘어? 방조제 중간에 휴게소도 있네?’ 이런 느낌 이었다.
중간쯤 불쑥 솟아오른 건축물들은 조력발전소였다.
달리면서 그 건축물을 지나갈 때 칸칸이 나눠진 한 곳 중 어딘가에서
엄청난 압력의 흡입력으로 스쿠터를 빨아들일 것 같은 공포감이 생기기는 했지만,
사실을 알고 나니 두려움 보다는 신기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티라이트 조망대가 조망대라는 것을 차마 알지 못한 채
지상에서만 조경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다는 것.
몸 어딘가에서 호기심을 차단하는 세포가 있나 보다.
그곳에 조성된 공원은 생각보다 넓었는데 그중 기암을 전시해 놓은 곳이 눈에 띄었다.
여유 있게 만난 시원한 바닷바람도 역시 좋았다.
생각보다 여유 로워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야겠거니 하고 후에 찾아본 시화방조제,
혹은 티라이트 전망대는 역시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세를 달리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항상 내 생각보다 빠르다.
당일치기 추천 드라이브 코스
홈페이지 : http://tlight.kwater.or.kr/
위치 : 오이도와 대부도 사이
전화번호: 032)880-7000 - T 라이트 휴게소 비용: 무료
Tip : 시화호와 서해를 360도의 시야로 볼 수 있다고 하니 달 전망대는 꼭 들르는 것이 좋다.
또한 일몰시간~23시 중에 휴게소를 들른다면, 다채롭게 반 짝이는 달전망대 미디어 파사드를 볼 수 있다.
마조앤 새디라는 웹툰 봤다.
기억이 맞다면 대하가 먹고 싶어 야심한 밤 차를 몰아 제부도까지 이동을 했건만
마침 밀물 때라 길이 잠겨 결국 다른 곳으로 가서 조개구이를 먹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밀물에 길이 잠겼다는 이야기는 기억에서 쏙 빼먹은 채로 대부도를 지나 제부도를 향했다.
처음 만나본 제부도 길은?
음... 사실 길이 좋고 나쁨에 대 한 개념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달리면 되겠지 하고 이동했다.
도시 내의 잘 포장된 도로랑 다르지만 그래도 아예 못 지나갈 길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군데군데 바닷물에 부식되어 패인 곳이 눈에 들어왔다.
바퀴가 좁은 스쿠터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넘어질 수 있을 정도의 파임도 있었다.
그리고 나니 빨리 그 길을 벗어나고 싶기만 했다.
2.3KM에 이르는 길을 통과하고 나니 갈림이 나왔다.
늘 그렇듯 차들이 많이 다니는 쪽으로 슬슬 슬슬 쫒아서 들어갔다.
그 유명한 빨간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또 멍하니 뻘과 바다를 바라보게 되었다.
옆에서는 커플들과 가족 들이 손을 마주 잡고 걸어 다니고 있었다.
새우깡을 사서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시는 여성분이 즐거워 보였다.
그 풍경이 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아 폴라로이드 한 장을 찍고서는 그분께 선물로 드렸다.
잠시 마음을 열 수 있었던 제부도였다.
나중에 여행을 하다가 만난 친구는,
저녁에 제부도에 방문했다가 끝에 보이는 불빛을 제부도가 가까운 줄 알고 걸었다가
길 중간에서 밀물이 들어와 당황하고는 무릎까지 바닷물이 찬 상태로 입도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아!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얼마나 행운이 따르는 사람인지!
홈페이지 : http://jebumose.invil.org/
Tip : 밀물이 들어오면 길이 바닷물에 잠겨 출입을 할 수 가 없다.
밀물 썰물 시간은 매일 조금씩 차이가 나 니 방문하실 분들은 미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고 이동하시라!
숙
당진의 제이모텔
숙박료: 40000원(1박/평일)
당진에 들어가는 길에 보면 게스트하우스들이 한두 개는 있다.
하지만 왠지 당진시내를 둘러보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아뿔싸! 시내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
제이모텔은 오피스텔 같은 건물 두 층 정도를 모텔로 사용하고 있었다.
고시원 원룸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고, 창문 너머 풍경도 좋지 않았다.
일하러 왔다면 모를까 여행으로 와서 숙소로써는 권하고 싶지 않다.
스쿠터 정비 한번!
당진의 렉스코리아
번호판을 너무 헐겁게 달았나 보다.
임진각 가기 전 어딘가를 달리다가 나사 하나가 날아가 케이블 타이로 임시로 묶어 봤는데,
당진에서 케이블 타이마저 풀려버렸다.
엔진오일 상태도 볼 겸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찾은 곳은 렉스 코리아.
엔진오일을 갈고, 말랐고 말은 없으나 엄청 힘이 셌던 청년이 공짜로 나사로 고정해 주었다.
지방을 다니다 봤던 곳 중 규모가 제법 큰 곳이었으니 문제가 있다면 한 번쯤 들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