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by 이지 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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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왕가위감독의 영화를 은근슬쩍 한편씩 보고있다. 저번에는 왓챠에서 아비정전을 봤는데 오래되고 더운 영화의 느낌이 좋았다. 이번에 우연의 일치로 화양연화가 리마스터링해서 재개봉해 솔로 크리스마스이브 기념으로 냉큼 표를 사서 보았다.

각자의 연은 맺고 있는 사람이 서로의 상대와 불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건 어떤 느낌일까? 가장 생각하기도 싫지만 어떻게서든 배우자의 입장을 이해해보려는 두사람이었다. 하지만 이해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은 경우도 있는 법. 서로의 연민은 가장 가슴 아프던 끌림을 만들고 그들과 다르다고 포장해 보지만 어쩌면 종말은 같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행인 건가. 서로 아픔을 잘 알기에 포기도 빠르던 그들. 타오르지 못한 감정을 대변하듯 화면 가득히 채운 빨간 커튼과 벽 사이에 서있는 장만옥의 뒷모습은 처연하고 아름다웠다. 결국 이뤄내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 장만옥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양조위가 앙코르와트의 벽에 대고 속삭이는 것으로 끝이난다. 그래도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둘이 만났던 그 순간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았다.

하지만 도덕이 만들어내는 인내는 과연 그렇게 달콤한 걸까. 결혼은 어떤 조항의 계약으로 묶여있는걸까. 감정이 결혼의 계약조건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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