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브런치 작가입니다.
새로운 서랍을 하나 마주한 기분입니다. 오랫동안 '블로그'라는 익숙한 공간에 머물던 저에게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은, 잘 닦인 가구처럼 단정하면서도 그 안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기분 좋은 고민을 안겨주네요. 그간의 글쓰기가 스쳐 가는 일상이나 정보를 기록하는 데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조금 더 깊은 제 안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놓으려 합니다.
블로그의 글이 세상의 빠른 흐름에 발맞추는 ‘바깥을 향한 글’이었다면, 브런치에 담고 싶은 글은 온전히 제 안으로 침잠하는 ‘나를 향한 글’에 가깝습니다. 블로그에서는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이 글을 보게 될까?'를 고민하며 키워드를 고르고 문단을 다듬는 데 애썼지요. 친절한 안내원처럼 독자의 궁금증에 즉각 답을 내놓는 글쓰기였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그 정해진 틀에 다 담지 못한 생각과 감정들이 마음 언저리를 맴돌곤 했습니다.
이곳 브런치에서는, 그렇게 맴돌던 이야기들을 비로소 풀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반듯하게 정리된 정보의 나열이 아닌, 조금은 서툴고 다듬어지지 않았더라도 제 삶의 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에세이를 쓰고 싶습니다. 에세이는 정답을 건네기보다, 함께 질문을 던지는 글이라 믿습니다. 제 안의 사소한 떨림, 빛바랜 기억의 조각, 세상을 보는 어설픈 시선들을 가만히 내려놓을 때, 비로소 글은 온전히 저의 것이 되고 당신과 깊은 울림을 나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검색을 위한 글이 아닌, 한 사람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화려한 문장이나 명쾌한 결론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대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제 고민의 흔적을 새기고, 행간에는 차마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을 스며들게 하고 싶습니다. 독자분들이 그 숨은 마음을 발견하며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고, 제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잠시 돌아볼 수 있다면 작가로서 더없는 기쁨일 겁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브런치 작가로서의 여정,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솔직히 아직 '작가'라는 이름이 제겐 조금 어색하게 들립니다. 나의 이야기가 과연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서지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다는 설렘이 조금 더 큽니다. 이 새로운 서랍에 저의 생각과 마음을 차곡차곡 담아두겠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이 서랍을 열었을 때,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진솔하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