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떠나버린 계절에게
붙이지 못한 가을편지
올 한 해 유난했던 여름의 기세에,
그토록 사랑하는 계절이 오지 못할까 봐
저는 마음을 졸였습니다.
옛 시처럼,
기다림이 깊어지는 것조차 병이 될 수 있음을 실감했죠.
"기다리다 지쳐서 망부석"그 말이 꼭 제 마음 같았습니다.
애타게 기다린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좋아하던 시간은 낙엽만 남기고 벌써 떠날 채비를 합니다.
이 애틋한 계절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붙잡을 수 있을까요.
청명한 하늘만이 내 타는 속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담담히 빛나고 있습니다.
어느덧 바람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살갗에 와닿는 공기는 더 이상 포근한 설렘이 아닌,
서늘한 아쉬움을 품고 있습니다.
붉게 타오르던 단풍은 빛바랜 마지막 잎새가 되어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발치에서 부서지는 마른 잎들의 소리는
어서 이 계절의 끝을 인정하라는 야속한 재촉처럼 들립니다.
언제부턴가 제 마음속에는 미처 부치지 못한
당신에게, 아니 이토록 눈부셨던 시절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입니다.
사실 아무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지난여름의 속상했던 기억까지
투덜대며 편지 한편에 남겨두었습니다.
올해의 [가을감성]은 유독 찬란했습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색을 끌어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듯,
거리는 온통 노랗고 붉은빛으로 물들었죠.
파란 하늘과 새하얀 뭉게구름은 그 풍경이 샘이 나는 듯,
괜스레 햇살을 뿌렸습니다.
이 벅찬 충만함을, 이 눈부신 풍경을 대체
어떤 글과 사진으로 담아야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까요.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저는 편지를 씁니다.
오늘따라 깊은 향의 커피는 더 진한 갈색으로 마시고 싶어 집니다.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진 수채화 속 커피 열매라도 간직하고 싶은 저녁입니다.
마시지 못한 커피를 옆에 두고, 혹여 마음이 날아갈세라 한 자 한 자 눌러 담습니다.
너무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훌쩍 떠나버릴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요.
여름에게는 기세등등하게 굴어도 다 받아주었는데,
소중한 가을, 당신에게는 애틋한 마음만 더해집니다.
결국 저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습니다.
이 편지를 완성하고 부치는 순간, 정말 모든 것이 끝나고
당신이 떠나버릴 것만 같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습니다.
붙잡고 싶은 간절함만 숨긴 채, 속절없는 짝사랑을 이어갑니다.
하루가 다르게 계절은 옅어져 가고,
비 한 번에 잎들은 속절없이 떨어집니다.
앙상한 가지들은 벌써 겨울 채비로 분주한데,
편지를 부칠 우체통을 찾기도 전에 가을이 먼저 떠날까
노심초사 애가 탑니다.
이제, 이 부치지 못한 편지를 가만히 놓아두려 합니다.
차가워진 책장 속에 모아둔 낙엽과 함께,
비록 당신에게 온전히 닿지 못할지라도,
이 애틋한 마음은 국화 향기 속에 흩어져
다음을 기약하는 작은 씨앗이 되겠지요.
내년에 다시 찾아올 당신을 위해,
그때는 아쉬움 대신 온전한 감사와 사랑을 담은
편지를 쓸 수 있기를.
그리고 그 편지가 온전히 전해지기를.
안녕, 나의 가장 아름다웠던 2025년 10월 어느 가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