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상 스토리
창가로 스며든 오후의 햇살이 가장 따뜻한 자리를 녀석은 귀신같이 알고 있다. 네모난 햇살 안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세상의 소음이 잠시 멈춘다.
가만히 내쉬는 숨에 따라 오르내리는 작은 등, 만족스럽게 늘어뜨린 새하얀 솜방망이. 그 평화로운 풍경 앞에서 나는 종종 생각에 잠긴다.
고양이에게는 어제에 대한 후회도, 내일에 대한 불안도 없어 보인다. 녀석의 세상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다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고, 햇살이 좋으면 그 온기를 온전히 즐긴다.
수많은 걱정을 머릿속에 이고 살아가던 나는 녀석을 보며 '지금, 여기'에 머무는 법을 배운다. 사각거리는 장난감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초롱초롱한 눈망울, 츄르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모습. 그 단순한 행복의 순간들이 내게 알려준다. 삶의 기쁨은 사실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내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겁거나 지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날, 녀석은 말없이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빈다.
"힘들었지?" 묻지도, "힘내"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저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털의 감촉, 나지막이 울리는 '그르릉'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줄 뿐이다.
어설픈 조언보다 때로는 위로가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나는 나의 작은 고양이에게서 배웠다. 그저 곁에 머물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녀석과의 삶이 마냥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른 새벽부터 밥을 달라며 울어대는 통에 단잠을 설치기도 하고, 온 집안에 털을 흩날려 청소기를 돌리는 날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나의 부지런함이 너의 건강이 되고, 나의 보살핌이 너의 행복이 된다는 사실은 때로 숭고하게까지 느껴진다.
너는 나에게 마냥 기대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작은 스승이다.
오늘도 녀석은 제자리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 평화롭게 잠들어 있다. 그 작은 우주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나는 너를 돌보고 있지만, 어쩌면 너로 인해 더 많이 배우고, 더 깊이 위로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오늘도 너로 인해 내 세상은 조금 더 다정해진다.
아직도 식지 않은 커피향기와 찻잔이 곁에 놓여있다.
늦은 가을 어느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