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러셀은 `전선 위의 참새(1990)' `overboard (1987)' 등에 출연한 매력 덩어리 여배우 골디 혼의 남편이다. 그는 6세 연상의 골디 혼과 `overboard'에 함께 출연했는데, 언뜻 봐도 서로 궁합이 맞는 남녀였다. 특히 골디 혼의 천방지축 개성이 넘치는 역할을 멋지게 받쳐주는 러셀의 모습이 역시 매력적이었다.
사실 `솔저'라는 약 20년 전 영화를 우연히 만나 다시 본 것도 러셀이 출연했다면 뭔가 내용이 충실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시간 배경은 먼 미래다. 인류가 다른 행성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시기다. 아기들이 냉혈 전투인간으로 길러진다. 그중에서도 `토드'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무적의 힘을 자랑한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전투 군인과의 대결에서 토드는 패배하고 먼 쓰레기 행성에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진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그는 그 행성에서 소생하고, 그 행성에 거주하는 수십명의 인간들에 의해 구조된다. 특히 자신을 직접 돌 본 한 가족에게 인간으로서 친밀감을 느낀다.
그런데 지구에서 전투 인간들을 만들고 조종한 세력이 쓰레기 행성의 거주자들을 말살하려고 찾아온다. `토드'는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 유전자 조작 군인들을 모두 제거한 뒤 거주자들을 우주선에 태우고 다른 행성으로 떠난다.
사실 영화를 볼 때 중요한 것은 처음 10분이다. 얼마나 관객의 주의를 끌고, 스토리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별로 큰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았지만, 계속 눈길을 붙잡는 힘이 느껴졌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별개의 문제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한 뒤의 느낌은 `터미네이터' 류의 영화라는 것이었다. 다른 점은 터미네이터는 로봇이지만, `토드'는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터미네이터는 인간인 척하는 기계이지만, 토드는 기계인 척하는 인간이라는 것.
물론 영화의 허점은 많다. 여러 인물들이 한 가지의 측면만 부각되는 등 평면적으로만 그려지고 있으며, 왜 전투 군인을 만들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애정이 간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분위기가 일관성있게 어둡다. 그리고 갑작스런 도약이 없는 차분한 스토리 전개가 영화를 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OST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 [반지의 제왕] 삽입곡 The Mist of Avalon을 불렀던 캐나다의 개성있는 가수 로리나 맥케닛(1957년2월생)의 노래다. 이처럼 가슴을 깊숙이 찌르는 목소리는 참으로 오랜 만에 듣는다. 그녀의 노래 `카프카스를 가로지르는 야간여행'( Loreena McKennitt - Night Ride Across the Caucasus )은 영화의 애절한 분위기를 살리고, 싼 티 날 뻔한 영화의 품격을 고급스럽게 올려준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묻게 됐다. 쓰레기 행성에 거주하는 인간들이 지구의 전투인간을 만든 첨단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버려진 `토드'에게 한 숟갈의 약물을 입으로 넣어주는 여인 (코니 닐센)의 표정, 그리고 받아먹는 `토드'의 표정에서 인간의 교감이 느껴진다.
감독은 폴 앤더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