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x 저작권위원회 안데르센 세계명작 공유 저작물 창작공모전
엄지공주를 볼 때마다 내가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구간은 공주가 다른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연못을 빠져나가는 장면이었다. 엄지공주를 신붓감으로 노리고(?) 있던 두꺼비 일가로부터 도망치는 그 순간.
물론 그 뒤로도 그녀는 계속해서 누군가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끝에 가서는 똑같은 키의 왕자를 만나 결혼하는 엔딩을 맞이한다. 그것에 대해 줄곧 의문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느낀 묘한 불쾌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엄지공주는 너무나 어리다!
내가 봤던 어린이 동화책 속이나,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엄지공주의 이미지는 미성숙한 소녀의 모습이다.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도 거대하고, 알 수 없는 수수께끼와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있다.
보드라운 꽃잎을 호두 속에 깔고 그 속에 들어가 웅크려 자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여리고 순진해 보였다.
어른이 되기에는 멀어 보였다.
꼭 누구의 신부가 될 필요는 없단다
제비의 등을 타고 꽃의 나라로 가서 왕자님을 만나는 대신에, 위기의 상황에서 도움을 준 친구와 함께 길을 떠나면 어땠을까? 새로운 걸 배우고, 친구들도 더 사귀고, 살아가는 걸 익히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이 장면은 새로운 모험기의 도입부가 될 터이다.
1800년대의 엄지공주는 구애에 시달렸지만
새로운 시대의 엄지공주는 현명하고 용기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엄지만 한 소녀의 매력적인 성장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