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사연
문턱의 무게
현관 앞, 신발 다섯 켤레가
어깨를 맞대고 섰다
어른 것, 아이 것, 바깥에 나간 것
돌아와 잠든 것
문턱은 말없이 들고 나는 것들을
오래 품고 있을 뿐
한쪽이 낮아진 건
늘 누군가 먼저 나가기 때문이고
바닥이 닳은 건
모두가 무사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슬리퍼는 앞코가 살짝 벌어져 있다
늦게라도 들어설 사람을 기다리는 입 같아서
괜히 눈을 피하게 된다
햇살 한 줌, 신발 위로 내려앉더니
먼지에도 방향이 있다
밖으로 나가는 것과
안으로 돌아오는 것
그 둘 사이, 나는 반복한다
밥 짓는 소리
책가방 지퍼 여미는 소리
출근길에 잠깐 내뱉는 한숨
모두가 이 경계를 지나며 하루가 시작된다
신발은 발이 아닌 마음을 담고
다섯 켤레는 다섯 개의 풍경이 된다
하루를 살아내고 돌아온 발자국
문턱은 식구의 숨을 잇는
이 집의 낮은 기도
문의 사연
테니스장에는 보이는 문턱은 없고 문은 있다. 하지만 집의 문턱을 넘나드는 것처럼 문을 열고 들락거리면서 그 안에서 생기는 사연은 비슷하다.
들뜬 마음으로 들어올 때 문을 여는 소리,
백을 열어 라켓을 끄집어내는 소리,
허리 숙여서 신발 끈을 묶고 조이는 동작,
설레는 마음을 누르면서 팔과 다리를 뻗는 스트레칭,
경기 중에 착각으로 잠시 일어나는 소소한 시비,
한 경기가 끝나고 희비가 엇갈리는 소리,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나갈 때 문을 여는 소리.
회원들이 오가며 여닫히는 문은 오는 사람 즐겁게 맞이하고 운동을 마치고 나가는 사람 내일 또 오라고 삐걱 삐걱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