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새천년이 도래했던 2000년에 일어났던 실화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또 쉽게 접할 수 없는 동대문시장은 유명 메이커가 생산하는 브랜드 상품은 아니지만 재래시장만의 장점인 제품의 다양성과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와 볼거리 먹을거리까지 넘쳐나 이 특수한 상권으로 몰리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곳입니다.
1990년도 말 영업의 활황으로 시장이 불야성을 이루자 동대문지하철역 주변에는 대형 쇼핑몰 개발사업이 여기저기 추진되고 건물이 완공이 되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점포들은 공급과 수요를 맞추지 못하여 아파트를 전문으로 임대/분양하는 대행사까지 동원되어 상가는 시장영업과 관련이 없는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전락을 하였습니다.
동대문시장 도소매권 전체를 통틀어도 종사자는 가까스로 만 명이 되는데 신규 상가의 점포 수는 2만 개를 넘어섰으니 재래시장 패션영업 관련 아카데미를 세운다 하여도 시장에서 종사할 인력 조달은 요원한데 과연 누가 여기에 와서 영업을 할 것인가? 상권 활성화에 태생적인 한계를 품은 후발주자들의 실패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때는 2000년 9월 30일 토요일...
“딩동 딩동~” 몇 번 울리는 초인종 멜로디에 새벽잠을 깼습니다.
"음~ 몇 신데... 누구지?... 어이~ 좀 나가봐아~~!!!"
"회사에서 왔대요~~" "엉?..."
"잠시 같이 가시죠?..."
'...................................'
간편한 복장으로 밖으로 나가자 내 손에 수갑을 채우는 사람들은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직원들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수갑 찬 손을 안으로 감추면서 승용차 뒷 자석에 오르자 어스름한 새벽 기운을 헤치며 르망 승용차가 출발합니다.
부-우우우웅----------------
제게 왜 이러냐고 묻자 제가 조폭이랍니다. 그리고 지금, "형법 제114조 x항 범죄단체 구성과 폭력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서로 끌려가는 중이고...
‘이 나이 되도록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온 난데 대체 이게 뭔 일이다냐...’
태어나서 처음 차본 수갑은 움직일수록 조여 오고 고통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더듬어 가니... ‘그렇구나 '엠-폴리스' 상가 개발 일로 인한 수사구나 그런데... 조직폭력은 또 뭐지?...' 내가 한 일이라고는 상가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애만 썼을 뿐이었는데 누가 알아주진 않을망정 대체 뭐가 잘못되었을까?...’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제가 끌려온 이곳은 일반 경찰서가 아닌, 일명 ‘기수대’라고 시, 도 경찰청장의 직할로 특정한 사건 ‘조직폭력, 마약, 인신매매’ 등을 집중적으로 담당하는 강력범죄수사대였고, 도착하여 입구에서 안을 빙 둘러보자 회사 직원들도 여러 명 붙잡혀서 구석에 서있었습니다.
'아니 우리 직원들이 왜 이곳에?...'
불현듯 스치는 불길한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고 말았습니다. 저는 끌려올 때까지만 해도 '그냥 참고인 진술조사로만 그치겠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오후엔 즐거운 마음으로 클럽에서 테니스 한 게임해야지 이렇게만 생각하고 나섰는데...
저를 호송해 온 수사관이 "반장님 여기 부두목 검거해 왔습니다~~!!" 하며 의기양양 외쳐댑니다. 회사 내 대표이사는 조폭의 두목, 본부장 직급은 부두목으로 호칭되는 거였고, 어이없었지만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허어~ 내가 졸지에 조폭 부두목이라니...'
조폭 부두목은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직책만으로 기본 형기가 2년 6개월이라는데 이런 대우가 아직 이해되지 않는 저는 문민정부시대라 민주경찰인 줄 알고 부당한 처우에 대한 항변을 하였습니다.
"아~ 이거 뭡니까아~~!!!"
"제가 대체 무슨 죄로 꼭두새벽부터 손목에 수갑을 차야 하는 거죠?..."
그때 책임자 되는 반장이란 분이 하는 말
"아~ 저 조폭 부두목 새끼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렸구먼~!"
이 한마디에 그 반에 소속된 수사관들은 일제히 저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면서
"야~! 이 자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누구한테 감히 말대꾸여~!!!"
"콱~! 패뿔라~~"
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속으로만 구시렁대며...
‘아직 민주경찰 아니네~’
‘아직... 아니구먼...’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남편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나와 똑같은 생각으로 나갈 때 소지품 하나 없는 편안한 운동복 차림이었으니 금세 오겠지 하며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이 크로즈 업 되면서 천천히 사라집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탁자 위에 놓인 제 지갑을 들여다보며 달랑 남은 만 원짜리 한 장을 말없이 쳐다보며 목을 놓아 울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