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
_육각아령

by 정이선

2022년의 늦가을 즈음, 처음으로 물건을 정리했다.


전 배우자(앞으로 나는 그를 ‘9’라고 부를 생각이다)가 떠난 지 두 달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그는 육각아령 1세트를 남겨 두고 갔다.


마지막으로 그가 집에 들르겠다고 했던 날, 나는 9가 두고 간 물건을 한데 모아 두었다(그날 나는 집에 없었다). 그는 내가 모아놓은 것을 가져가고 일부는 남겨놓았다. 하나당 8kg 무게의 그 육각아령도 가져가지 않은 것 중 하나였다.


내가 쓸 수도 없고 내가 쓸 일도 없는 것을 왜 두고 갔을까.

남은 물건은 ‘다 버려도 된다’는 답을 듣고 나서, 나는 당근에 제일 먼저 육각아령의 판매글을 썼다. 같은 것을 파는 쇼핑몰에서 가격이 보이는 페이지를 캡처하고, 물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령은 두 개지만 하나 가격으로 저렴하게.


글을 올린 지 채 몇 분도도 지나지 않아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긴장되는 첫 거래.

이렇게 대화를 해서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거구나. 신기하고 낯설었다. 아령은 에코백에 하나씩 넣어 양손에 들고 큰길까지 걸어갔다. 배낭을 메고 나타난 젊은 남자는 내가 나타나자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구매자는 현금을 가지고 왔다. 아령과 교환한 돈을 받아 들고 나는 곧바로 집 근처 스타벅스로 달려가 커피값을 충전했다. 오래 가지고 있고 싶지 않았다. 흘러 보내야만 하는 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는 아령 두 개의 무게만큼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너만 나를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너를 버릴 수 있어.

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너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그것이 내 첫 비움이었다.


육각아령(300_450).png


-남겨진 물건들에서 나를 찾다.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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