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유령

시가 있는 뜨락 (3)

by vankorwriter

IMF의 유령


종로로, 을지로로, 충무로로

덕수궁으로, 경복궁으로, 창덕궁으로

관악산으로, 청계산으로, 남산으로


유령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고 있다.

명퇴 유령, 정리해고 유령, 부도 맞은 유령, 유령들이

백주 대낮에 떠돌고 있다.

초점 잃은 눈동자

축 처진 어깨

어기적 거북걸음


살아 있을 때는 모두

자신 있고, 활기차고, 유능하고

걸음도 재빠르고

양 어깨 치켜 세우고

반짝이는 눈동자들로

생존의 전장에서

승리의 깃발 휘날리며 내달았는데


IMF의 단두대에서

목 잘린 유령들이

시도 때도 없이, 재생의 기약도 없이

생의 언저리에서

처량하게 배회하고 있다.


1998년 4월 3일 금요일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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