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유령
종로로, 을지로로, 충무로로
덕수궁으로, 경복궁으로, 창덕궁으로
관악산으로, 청계산으로, 남산으로
유령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고 있다.
명퇴 유령, 정리해고 유령, 부도 맞은 유령, 유령들이
백주 대낮에 떠돌고 있다.
초점 잃은 눈동자
축 처진 어깨
어기적 거북걸음
살아 있을 때는 모두
자신 있고, 활기차고, 유능하고
걸음도 재빠르고
양 어깨 치켜 세우고
반짝이는 눈동자들로
생존의 전장에서
승리의 깃발 휘날리며 내달았는데
IMF의 단두대에서
목 잘린 유령들이
시도 때도 없이, 재생의 기약도 없이
생의 언저리에서
처량하게 배회하고 있다.
1998년 4월 3일 금요일 초고